평검사들 외압폭로 '사전계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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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열린 대통령과 전국 평검사들의 대화에서 제기된 SK그룹 수사 외압 폭로는 평검사들이 사전 계획한 작품이었다. 이 사건 수사에 참여 중인 이석환 검사는 대통령에게 "SK그룹 수사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들로부터 여러 차례의 압력성 전화가 있었다"고 밝혔다.

평검사들은 대통령과의 만남을 하루 앞둔 지난 8일 회의에서 대통령에게 이를 대표적인 압력 사례로 건의하자는 데 합의했다고 한다.

이를 위해 처음에 선정한 10명에 없었던 SK수사팀의 李검사를 뒤늦게 대표 토론자에 포함시켰다는 것이다. 李검사는 이 사건 수사팀인 서울지검 형사9부에 근무하다 최근 인사에서 인천지검으로 발령났으나 수사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

한 평검사회의 참석 검사는 "SK그룹 수사 외압은 대다수 검사들이 반드시 짚고 가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그 내용이 심각한 수준이었다"고 지적했다.

검사들은 민주당 이상수 사무총장이 검찰에 전화를 걸었던 시점이 새 정부 출범 직후 검찰총장의 임기 보장 논란이 일고 정기 인사를 앞둔 시점이었다는 점에서 동기가 불순한 것으로 판단했다는 후문이다.

한편 李총장의 행위가 처벌 대상이냐는 논란이 법조계에서 일고 있다. 지금까지의 상황만으로는 처벌이 어려워 보인다. 변호사인 李총장이 수사 사건에 대해 의견을 개진한 것만으로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기는 불가능하다.

수사 검사에게 금품을 제공하며 선처를 부탁하지 않은 이상 이 법으로는 처벌이 안된다는 것이다. 형법상 직권남용 혐의의 적용도 쉽지 않다.

따라서 李총장에게서 전화를 받은 김각영 전 검찰총장이 "수사 중단을 요구한 것으로 느꼈다"는 등의 추가 증언을 하지 않는 한 처벌은 힘들다. 국회의원윤리실천규범 상 직권 남용 조항에 따라 국회 징계는 가능할 것이다.

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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