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 IPU외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지난달 하순 「로마」에서의 IPU(국제의원연맹) 제60차 총회에 한국대표단장으로 참석했다가 귀국한 공화당의 박준규 의원은 북한가입 저지가 이번에 특히 어려웠던 근본적인 사정을 국제정치 질서의 변화 추세로 설명했다.
『국제정세의 변동과 특히 최근의 남북한 대화가 국제적으로는 「두개의 한국 고정화」로 받아들여지고 있읍니다. 동독이 이번에 반대없이 가입된 것이 분단국 고정화 관념의 한 예이지요.
남북한 대화로 인해 북한의 입장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많이 향상된 것 같아요.
북한측은 남북대화의 촉진을 위해 남북이 동등한 입장에 서야한다는 점을 내세웠고 우리는 한국문제에 관한 정세변동은 오히려 남북대화에 지장을 주므로 우리문제는 우리에게 맡기고 조용히 측면지원만 해달라고 설명했지요.
특히 북한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가장 적극적이고 조직적인 활동을 했구요.』
국제기구가입 문제에 대한 앞으로의 우리정책은 두 가지 요인에 따라 그 방향이 잡혀야 한다는 것이 박 의원의 견해.
그 첫째는 「현상 고정화」라는 국제정치의 추세가 지속되는 한 북한봉쇄라는 기존방침은 견지하기 어렵다는 점.
둘째는 최근의 평양방송이 또다시 우리를 비방하듯이 북한이 극렬적인 도발성을 보인다면 국제사회에의 진출이 어려울 뿐 아니라 우리도 그 진출을 막아야 한다는 점을 들었다.
따라서 내년의 IPU대책은 그 외교기초를 사전에 다져야 하지만 그 방향은 정부의 기본정책에 따라 면밀히 설정되어야 한다는 것.
박 의원은 특히 IPU외교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IPU가 채택한 결의문은 각국 의회가 반드시 반영시키도록 돼있고 「유엔」대책 등 각국 정부정책에 선구적 역할을 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집행위가 북한가입권고 안을 채택했을 때 각국 대표들은 이사회에서도 채택될 것으로 보았으며 IPU사무총장은 북한기의 게양을 준비했는가 하면 총회의장은 환영사를 준비했었고. 이런 위기를 남기고 돌아온 박 의원은 아직도 긴장을 풀지 못한 듯 싶었다. <신용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