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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 앞두고 세계경제 요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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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이라크전을 앞두고 국제 금융.원자재 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주요국들은 전쟁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비상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기업들은 막대한 전후복구 특수를 겨냥하고 중동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출렁대는 금융.원자재 시장=지난주 이후 대부분의 선진국 증시가 이라크전 임박 소식에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10일(이하 현지시간) 일본의 도쿄 증시는 닛케이지수가 한때 8천 이하로 폭락하면서 20년만의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고, 독일.프랑스 등 유럽 주요 증시도 7일(현지시간) 1990년대 중반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올들어서만 7% 가량 떨어진 뉴욕증시도 등락을 되풀이하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 달러화 가치는 엔화와 유로화에 대해 약세를 계속하고 있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 값은 8일(현지시간) 유로당 1.10달러를 기록,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에 비해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팽배하면서 호주 달러와 스위스 프랑의 가치는 줄기찬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중부텍사스산 중질유의 값은 지난 8일 12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최근 온스당 4백달러 부근까지 치솟았던 금값은 오사마 빈 라덴의 아들이 체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급락하는 등 금.니켈.구리.알루미늄 등 주요 원자재 값이 전쟁관련 소식에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충격 완화책 마련에 분주=주요국들은 전쟁 장기화에 따른 경기침체를 금리 인하를 통해 흡수한다는 비상대책을 내놓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6일 금리를 기존 2.75%에서 2.5%로 인하했다. ECB는 앞으로 경기침체 상황에 따라 추가 금리 인하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연합(EU) 국가들은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금리만으로 경기침체를 막을 수 없다고 보고 정부 지출을 늘리는 재정정책을 병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독일.프랑스 등은 연간 재정적자 비중이 국내총생산(GDP)의 3%를 넘지 못하도록 한 '경제안정협약'을 한시적으로 배제할 수 있는 개정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U에 이어 미국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곧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라크전이 장기화할 경우 6천7백억달러 규모의 감세정책을 조기에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사실상 제로금리를 적용하고 있는 일본은 미 달러화의 약세에 따른 상대적인 수출감소를 줄이기 위해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공격적인 정책을 수립했다.

전후 특수 기대하는 기업들=이라크 특수는 아직 공식적으로 추정되는 규모는 없지만 전쟁으로 파괴될 이라크 내 석유시설을 복구하는 데만 향후 10년간 매년 50억달러 이상의 시장이 형성될 것이란 게 건설업계의 전망이다. 또 석유화학.발전.송배전.담수화.항만공사 등 건설관련 시장규모는 천문학적인 액수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의 중동 특수는 이미 시작됐다. 후세인의 유전 방화에 대비한 '유정 진화업체'로 미국의 건설엔지니어링 업체인 헬리버튼이 선정됐다.

임봉수.김창우 기자

<사진설명>
이라크 전쟁에 대한 불안감으로 주요국 증시가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최근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한 주식중개인이 DAX 지수가 하락하자 힘든 표정을 짓고 있다(上). 반면 쿠웨이트에선 전후 이라크 복구사업으로 경제.증시가 반사이익을 볼 것이란 기대가 일고 있다. 쿠웨이트 시티의 주식중개인들이 9일(현지시간) 이라크전 소식을 담은 신문을 읽고 있다. [프랑크푸르트.쿠웨이트시티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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