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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와 국악… 궁합 잘 맞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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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작곡가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의 '피터와 늑대'는 클래식 당의정(糖衣錠)이다. 해설자가 오케스트라 연주에 사용되는 악기를 차근차근 알려 줘 어린이들이 클래식에 친숙해지도록 돕는다.

몇 년전 국내 공연장에서 이 작품을 진행하던 성우 권희덕(47.소리사냥 대표)씨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바순이나 오보에만 소개하고 있는 걸까. 아쟁이나 대금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면서…."

최진실 목소리 대역으로 유명한 성우인 그가 22분짜리 13부작 애니메이션 '두비둥 덕이둥'제작에 뛰어든 계기다. 우선 우리 악기에 대해 알아야 국악에도 관심이 갈 게 아니냐는 생각에서였다.

국악기를 소개하기 위해 배경이 되는 이야기는 전래동화를 택했다.

"홍콩 여배우 임청하의 목소리를 도맡다 보니 영화속 비파 같은 중국 악기들이 점점 익숙해지더라고요.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우리 악기와 친해지게 하려면 애니메이션이 좋겠구나 생각했지요."

많은 사람들이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전에 TV방영부터 염두에 둔다. 하지만 권대표의 생각은 좀 다르다.

"TV에 앞서 공연부터 할 겁니다. 현재 2부까지 완성됐는데 이 영상을 스크린에 보여주면서 무대에서 저와 성우들이 목소리 연기를 하고요, 실제 오케스트라와 국악기가 합주를 할 예정입니다. 상영이 끝나면 아이들과 함께 만화영화 주제가를 신나게 불러보는 자리도 마련되지요. 단순한 작품 상영보다는 훨씬 생동감이 있지 않나요."

그의 시도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요즘 누가 전래동화를 읽고 국악기를 찾느냐'고 수근대기도 한다.

"요즘 어린이들은 국악을 듣지 않습니다. 이게 현실이죠. 그래서 전래동화를 현대적으로 패러디해 재구성하고, 에피소드마다 하나의 국악기에 대한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오도록 꾸몄지요."

'두비둥 덕이둥'은 침묵나라에 사는 세뿔 도깨비들에 의해 기억을 잃은 소리나라 여왕의 얘기다. 덕이아줌마라는 이름의 아쟁 요정으로 살아가는 여왕에게 남겨진 단 하나의 메모는 '용자를 찾아내서 12개 국악기의 봉인을 풀어라'는 것. 용자가 되고 싶어하는 8살 소년 두비를 만난 덕이아줌마는 국악기에 나뉘어 봉인됐던 자신의 능력을 하나하나 찾아나간다. 작품속 덕이 아줌마는 물론 권대표 자신이다.

4월 중순부터 주말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이벤트를 시작한다. 공연 수익금은 부모없는 아이들을 위해 쓸 예정이다. 혼자 힘으로 될 일은 아니기에 공연을 보러오는 부모들 중 자원봉사자를 모집할 생각이다.

자신의 회사가 주최하는 '수퍼 보이스탤런트 선발대회'출신의 방송인 배칠수.이재수 씨 등도 봉사하는 마음으로 함께 할 것이라고 했다.

"문화생활을 하기 힘든 시골 오지를 꼭 찾아가서 공연해보고 싶습니다. 제 작품을 보고 아이들이 새로운 꿈을 꾸면 그보다 더 보람은 없겠지요."

글.사진=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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