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잣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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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예로부터 자양강장제로 널리 알려진 잣은 소나무과에 속하는 잣나무의 열매. 키가 10m 정도 되는 잣나무의 잎은 얼핏 솔잎처럼 보이나 푸르고 굵기가 솔잎보다 더하다. 솔방울 같은 열매에 수많은 잣들이 조밀조밀 박혀있다.
시골에서는 흔히 오랫동안 병을 앓고 난 회복기의 환자에게 잣죽을 끓여 먹인다. 또 기운이 없고 허약체질의 아동들에게도 잣죽을 끓여 먹인다.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일까?
극히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현대과학이 경험에만 의존하는 우리 조상들의 슬기에 가끔 경탄과 찬사를 보내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잣의 경우가 바로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왜냐하면 잣에는 자양 강장제 역할을 할만한 우수한 지방성분이 엄청나게 들어있는 것이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잣 예찬자들은 잣을 들깨에 견주어 보기도 한다. 실제로 잣의 지방 함량은 전체의 30.7%를 차지한다. 그것도 식물성 기름의 특징인 고급 불포화 지방산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불포화 지방산은 혈압을 하강시키고 식욕을 항진시키며 양기를 증강시키는 물질이다. 때문에 병후 회복기의 환자에게 혹은 임산부에게 잣죽을 끓여 먹이는 우리네 풍습은 과학적으로 충분한 근거를 지닌 것이라고 하겠다.
잣은 「스태미너」식품으로서 뿐만 아니라 장로식품으로도 유명하다. 한방에서는 잣이 기운을 돋우고 풍기를 치료하여 수명을 연장시켜준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한방의 주장도 잣이 엄청나게 함유하고 있는 고급 불포화 지방산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알칼리성 식품인 잣은 소화가 잘되고 위장의 기능을 원활하게 해주는 식품으로도 이름나있다. 실제로 한방에서는 이질로 설사가 심한 경우에 잣과 생강을 달여 마시도록 처방한다.
잣의 탄수화물 함량은 보잘 것 없다. 겨우 0.9%에 불과하다. 그러나 단백질은 7.9%를 차지하고 있으니 영양학적으로 평가의 대상이 된다.
잣은 온통 지방덩어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므로 「칼로리」도 퍽 높다. 1백g의 잣은 무려 3백20 「칼로리」를 산출해 낸다. 따라서 여름철에 더위를 타고 허약한 아동들에게 잣죽을 끓여 먹이면 좋다. 잣에는 「비타민」도 풍부하게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확한 함량이 분석되어있진 않지만 「비타민」A, B1, B2, C, 「나이아신」 등이 골고루 들어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철분도 무시 못할 만큼 함유되어 있다.
그러나 인이 많고 「칼슘」이 적기 때문에 해조류나 생선·우유같이 「칼슘」함량이 비교적 풍부한 식품을 곁들여 먹으면 좋다.
잣은 엿이나 죽으로 해서 먹지만 영양학적으로 볼 때 잣죽으로 먹는 것이 좋다. <김영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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