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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인구의 분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12일 박 대통령은 수도권의 인구가 현재의 6백만명 선을 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하고, 이를 위한 종합 대책을 강력히 추진하도록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현재 수도 서울의 인구는 그나마 도심지에 집중되어 있어 보기에도 민망할 이 만큼 붐비고 있다. 북적 대표들이나 수행원들은 서울에 인파가 많은 것에 놀라 그들에게 보이기 위해서 많은 사람을 강제 동원한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경향까지 있다 한다. 사실이지 평양의 단조로움이나 한산에 비교해 본다면 서울의 도심지는 과밀하다고 하겠다.
서울에의 인구 집중은 박 대통령의 말대로 「그린·벨트」 설정이나 무허가 건물의 단속 등과 같은 고식적 방법으로써는 이제 도저히 막을 수 없는 막다른 고비에 들어서 있는 것이다. 서울의 적정 인구가 얼마여야 하는가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겠으나 일반적으로 수도의 인구는 전체 인구의 10% 이내여야만 할 것이다. 그런데 남북을 합치면 한국의 인구는 5천만명이 될 것이니 5백만명 정도까지는 괜찮을 것으로 보이나 남한의 경제권으로 볼 때에는 많아야 3, 4백만이 적정 인구가 아닐까 한다.
그런데 서울의 인구는 현재도 6백만명이 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서울에의 인구 유입은 그치지 않고 그 인구 증가율은 외국에 비해서도 너무 높은 실정이다. 서울의 인구 증가율은 55년에서 60년까지는 평균 8·7%나 되었고 60년에서 66년까지는 평균 7·8%나 되어 전국 인구 증가율의 3배에 달하였다.
서울의 인구 증가율이 이렇게 높은 것은 서울이 정치의 중심일 뿐만 아니라, 경제·사회·문화 모든 면의 중심지이며 서울에만 오면 무엇을 해서든지 생계가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는 수도권의 인구 집중을 막기 위하여서는 지방자치 기능의 확대는 물론, 경제 구조를 개선하여 지방의 경제권을 확대하여야 할 것이요, 공장도 지방으로 분산하여야 하며, 학교도 지방에 좋은 시설과 유능한 교사를 갖춘 「일류 학교」를 육성하는 등 문교·공업·조세 행정에 걸친 종합 대책을 강구해야만 할 것이다.
정부도 그동안 수도권의 인구 분산을 위하여 공장을 지방으로 분산하도록 권장하고 이에 대한 특혜 조치까지 베풀고 있는 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장의 지방 분산이 행해지지 않는 이유는 상역 관계의 허가 관청이나 은행 등 모든 지원 기관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방에 사는 사람들 중에도 웬만한 지위와 자산을 자진 사람은 서울에 딴 집을 가지고 자녀들을 기거시키며 이중 살림을 하고 있다. 이것은 교육기관조차도 서울에 집중되어 있어 서울의 일류 고교를 나오지 않으면 일류 대학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서울에는 부가 집중되어 있다. 이번 사채권 신고의 경우나 예금고 통계를 보거나 대한민국의 부의 70% 정도가 서울에 집중하고 있다. 따라서 서울에는 수많은 기생 인구들이 득실거리고 있다. 이들 기생 인구들은 대부분이 생산 업체에 종사하지 않고 술집과 다방, 또는 유흥 「서비스」 업체에 소속되어 있는데 이들이 서울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문젯거리인 것이다.
그러므로 서울의 인구 집중을 막기 위하여서는 무엇보다 기생 인구가 늘지 않도록 낭비와 사치를 몰아 내어야 할 것이다. 평양이나 공산주의 국가의 수도에는 이러한 기생 인구가 거의 없고 많은 사람들이 변경의 산업시설에서 일하도록 강제를 당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며 또 직업 선택의 자유나 거주 이전의 자유가 없기 때문에 한산하다는 것은 정책적 요구이기도 한 것이다. 평양이나 동백림 등에서 수도권 인구의 제한을 하고 있는 것은 사회 불안 요소의 제거를 위한 전략적 면도 없지 않다고 보아야할 것이다.
그러나 전체주의 국가에 있어서는 강행할 수 있는 인구 분산 정책도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이를 강제할 수 없는 것임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정부는 수도권 인구 분산을 위해서 측면 지원을 다하는 유인 정책을 써서 행정에 있어서의 지방 분권, 문화에 있어서의 지방 자치, 경제에 있어서의 지역 안배 등을 강력히 추진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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