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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합리화자금의 편중 배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산업합리화를 위해 연내에 방출키로 했다는 5백억원은 몇몇 정부투자기관과 기간산업에 그 대부분을 집중적으로 방출, 민간기업 부문에는 그 혜택이 거의 돌아갈 수 없는 실정이라 알려졌다.
이러한 자금배분 방식은 우리 경제의 제반정세가 절실히 요구하고 있는 산업합리화정책의 기본적 성격과 목표를 흐리게 할 문제점을 제기시키는 것이다.
이 자금에 의한 우선 지원의 대상은 한전·석유공사 등 국영업체와 인천제철·현대조선 등 몇몇 기간산업 업체로 알려졌으나, 솔직히 말하여 그 자금의 용도가 종전부터 누적된 자금난을 타개해 주거나, 신규투자 수요에 충당하려는 것으로 이해된다는 점에서 정부 당국이 민간기업 부문에 권장하고 있는 합리화 촉진의 명분에 합당한 것인지 의문의 여지가 없지 않다.
물론 규모의 이점을 위해서 중요 기간산업이나 정부투자사업의 설비를 확장하기 위해 자금을 공급할 필요는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산업합리화기금으로 조성되는 자금을 지원함에 있어 그 대상에서 일반 민간기업을 배제하게 된다면, 자원의 효율성 여부를 떠나서라도 그 자체가 올바른 정책지표의 설정이라 하기 어려울 것이다.
모처럼 고조된 산업합리화의 기운을 잘 활용해서 구조적 개선을 지향할 전진적인 자세로 이 문제에 대처해 나가자면 합리화 지원의 대상을 일부 공공기업에 편중할 것이 아니라 주요 민간부문을 망라한 동시적인 연관효과를 노려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산업합리화를 위한 자금배정 요강을 재검토하여 중요 기간산업에 대한 개발투융자의 성격이 짙은 것은 별도방안을 강구하거나 아니면, 기금의 규모를 크게 증대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전번 상공부 당국은 산업합리화정책의 지침으로서 모두 18개 업종을 선정하고 국제경쟁의 기준에 맞는 업종별 적정단위를 공표 한 바 있다. 그리고 이 지표를 활용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금융지원을 강화하며 계열화를 촉진시킬 방침이라고 발표한 바도 있는 것이므로, 앞으로 산업합리화를 위한 자금의 공급 여하는 우리 나라 민간기업 전체의 명운을 좌우하게 된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지난 8·3조치 이후, 전개되고 있는 신국면은 산업합리화 내지 산업의 구조개선을 추진하기 쉬운 가능성을 안고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채동결에 따른 일시적인 유통의 경색를 회피하기 위해서 정부당국은 대출금의 대환·중소기업 신용대부의 확대 등 가능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금융자금의 효율성을 생각할 때 약간의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다.
산업의 합리화는 개개 업체에 대한 구제 내지 지원이란 피동적인 자세에서보다도, 기업간 조정과 주요공산품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기할 수 있는 구조쇄신의 능동적인 접근방식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며, 때문에 합리화기금의 양적 확보와 운영에 좀 더 적극적인 노력이 요청되는 시점이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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