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난리 희생자 90% 이상이 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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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8·19 물난리의 희생자는 거의 압사 당했다. 21일 상오 현재 재해대책당국과 본사의 집계에 따르면 서울을 비롯한 경기·강원도 등 중부지역에서 죽은 물난리 희생자중 거의 90% 이상이 산사태·축대·도로 붕괴 등의 원인으로 압사된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의 경우 사망자 2백2명 중 95%에 해당하는 1백92명이 압사됐으며 경기도는 l백4명 중 94%에 이르는 98명이 압사됐고 강원도는 사망자 41명 중 90%에 이르는 37명이 압사된 것으로 밝혀졌다.(21일 정오 현재)
이 같은 사고원인은 서울시를 비롯한 각 시·도 당국이 택지조성·야산개발을 이유로 무분별하게 개간허가를 남발했거나 무허가건물의 난립, 축대를 제대로 보수하지 못하는 등 행정부실의 요인 때문으로 나타났다.
이번 수해사고 중 40여명의 압사자를 내어 단일사고로 가장 희생이 큰 서울 서대문구 평창동 42일대 압사사고는 마을뒤쪽 2·5km위쪽에 지나고 있는 북악 스카이웨이의 도로붕괴가 직접적인 사고원인이 됐다. 원래 이 계곡은 산꼭대기까지 이어져있었으나 북악 스카이웨이가 만들어진 뒤 도로 밑으로 직경 8백mm와 5백mm짜리 배수관 각각 1개씩으로만 연결되어 있을 뿐 계곡을 가로지른 스카이웨이의 포장도로가 제방이 되어 그 위쪽의 저지대가 저수지구실을 해오다가 수압에 못이긴 포장도로 50여m가 높이20여m의 축대와 함께 무너졌기 때문에 일어났다.
토목전문가들은 이는 집중호우 때의 최대배수량과 배수관의 배수능력과의 관계를 소홀히 한 토목공법상의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 계곡에는 뱀처럼 꾸불꾸불한 커브(곡사지점)가 16군데나 있고 폭은 3∼50m. 산사태 당시 시간당 50mm씩 내린 빗물은 1만여t이 넘어 커브를 돌 때마다 양쪽의 흙더미와 바위를 깎아내 2천여t의 암석과 토사를 물살에 실어 보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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