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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습폭우에 허 찔린 한강치수 47년만의 대홍수…그 수방대책의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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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8일 한강범람의 대홍수는 한강연안의 수해대책에 대한 안이와 요행의 허를 찔렀다. 한강은 항상 마음놓을 수 없게 수도서울과 그 일대를 위협하고있다.
중부지방에 대한 강우량의 특성으로 보아도 연평균 강우량의 60% 이상이 6월 중순부터 9월 말까지 3개월 사이에 집중 강하하고 한강상류에는 홍수조절용의 「댐」이 화천「댐」하나밖에 없어 홍수의 유량이 조절되지 못하며 한강유역의 3일 계속 강우량은 5백30mm 이상 하루 최대우량은 3백50mm나 될 때가 많다.
따라서 홍수조절용인 소양강「댐」의 완공과 충주「댐」의 건설이 시급하며 기타 한전의 발전용인 춘천·청평·팔당 「댐」의 수문 개폐문제도 홍수의 위험이 있는 하절기에는 재해대책본부에서 관장, 한강의 유량을 조절할 필요가 시급하다.
서울시는 주기적으로 볼 때 올해에 작년 수해이후 커다란 물난리가 닥쳐오리라는 실무담당자의 전망과 건의가 있었으나 요행만을 바랐을 뿐 아니라 치수사업에 쓰일 예산을 전용, 올해 우기가 닥칠 6월 말까지 겨우 1억원의 자금만이 치수사업에 쓰였다.
수방 대책의 하나로 하천감시원제도가 있으나 가장 위험한 우기인 7월과 8월 상반기가 무사히 넘어가자 제방에 대한 정비·감시도 소홀히 하고 있었다.
더구나 이번 홍수의 피해가 토지개발 「붐」을 타고 허다한 공유수면매립, 택지조성, 강변도로건설 그리고 구획정리 등 공사를 과잉으로 벌인 후 처음으로 밀어닥친 최대 홍수라는 점에서 한강연안개발과 수방대책에 대해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남겼다.
현재 공사중이라고 하지만 한강의 본류를 돌려 잠실 섬을 육속화시킨 잠실지구가 과거와 같이 물에 잠겼으며 강우량도 많았지만 과거보다 내수의 침수지역이 크게 확대되어 피해가 예상보다 컸던 것은 무리한 개발로 임상을 깎아 홍수가 한꺼번에 밀어 내린 데도 원인이 있는 것으로 검토되어야할 문제점이다.
특히 희생자 중 산사태로 인한 매몰이 많은 것은 무리한 개발로 자연수로를 막아 처리 안된 물이 한꺼번에 밀어닥치는 바람에 사태가 일어난 것으로 풀이되고있다.
안양천의 범람으로 30만 개봉단지가 침수되고 반포동 매립지구도 물에 찼으며 사당천의 범람도 확대되었던 것은 택지조성만이 앞서고 치수 및 하수사업이 정비례로 뒤따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강수위가 차차 줄고있는 20일 하오에도 원효로 일대, 토정동, 망원동 성수동 등에는 내수가 밀려 오히려 침수가 늘어나는 현상마저 빚었다.
서울시는 내수처리에 있어 당장 21개소에 유수지와 펌프장시설이 시급한데도 지금까지 영등포 마포 흑석동 용두동 망원동 한남동 용산등 7개소밖에 펌프장 시설을 못하고있다. 7개소의 펌프장도 시설이 빈약하고 장비를 개선하지 않아 이번 홍수로 한남동과 마포 펌프장 자체가 침수, 그 기능을 잃음으로써 침수지역이 확대되어 피해가 더욱 컸다는 것은 전적으로 서울시에 책임이 있다.
또한 예로 안이한 수방대책은 뚝섬 등 곳곳에서 육갑문으로 된 수문마저 녹슬게 하여 수문을 닫지 못하고 방치했는가 하면 가마니를 쌓아 겨우 막았으나 뚝섬 흑석동등이 완전 물바다가 되고 말았다.
한강연안의 취약지구인 뚝섬의 유수지와 펌프장건설은 작년에 홍수를 겪은 후 착공, 무려 만5년이 넘었어도 완공이 되지 않고 있다. 해마다 공사비를 예산에 편성하지만 집행하지 않고 다른 곳에 전용, 다음해로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피해가 컸던 취약지구의 원인별 침수실태는 다음과 같다.

<펌프장 가동 못해>영등포구
배수시설 등 도시계획이 제대로 돼있지 않고 무허가 판잣집·난민들이 밀집해있는 영등포구는 이번 폭우로 단일 행정구역으론 전국에서 최대의 피해지역이 됐다.
▲흑석1, 2, 3동의 저지대인 중앙대 앞 「로터리」·연못시장·흑석시장의 경우 「펌프」장의 양수기가 3대나 있는 데도 수문이 닫혀지지 않아 19일 상오 7시부터 물이 차기 시작, 순식간에 1m 이상의 물이 들어찼다.
좁은 골목길은 하수구가 막혀 모두 계곡처럼 격류가 흘렀고 시장부근은 들어찬 물로 누전이 돼 접근조차 할 수 없게 됐다. 이곳의 물을 빼기 위해 마련된 펌프장도 물에 잠겨 가동을 못하게 됐다.
봉천4동·사당2동·잠원동·신도림동·대방동420·신림3동·구로1, 3동·도림동·문래2동·양평동 등은 흑석동의 경우와 같아 피해가 컸다.
영등포의 2대천이라 할 안양천과 도림천은 19일 상오 한강수위가 경계수위를 넘자 물이 빠지지 않다가 위험수위를 넘으면서부터는 한강 물이 역류, 영등포시내로 점점 흘러들어 왔다.

<수문 관리에 소홀>성동구
한강과 인접한 성수동·옥수동·금호동 일부 지역은 평소 수문 관리를 잘하지 앓아 수문이 닫히지 않거나 수문이 새어 한강 물이 주택가로 넘쳐 들어와 위험과 큰 피해를 안겨주었다.
한강수위가 갑자기 불어나 강물이 성수동2가·뚝섬 유원지 앞 제1, 2 수문을 넘쳐 들기 시작한 19일 상오 10시쯤 수문을 닫으려했으나 제2수문은 그동안 사용치 않아 녹이 슬어 문이 닫히지 않아 매초 10t의 한강 물이 쏟아져 들어와 한때 붕괴의 위험마저 있었다.
이 두 수문은 평소 뚝섬유원지로 드나드는 유일한 통로로 이용돼 왔던 것. 이날 제2 수문 앞의 3백여 주민이 대피소동을 벌였으며 하오 3시에야 완전히 모래와 가마니로 수문을 막았다.
옥수동 170일대 1백60가구와 금호동3, 4가의 30여가구도 철길제방에 있는 수문을 닫았으나 한강수위가 높아지자 물이 새어들어 침수됐다.
마장동556과 366번지, 사근동76, 응봉동192, 군자동206일대는 중랑천, 청계천 변의 무허가 판자촌으로 한강 물이 조금만 불어도 곧 침수하는 사실상 수해무방비상태의 문제지역이다.

<부실축대로 사고>서대문구
서대문구 평창동 42 세검정계곡의 산사태로 사망 45명, 실종 44명, 부상 19명 등 단일사고로는 최고의 희생자를 냈다.
16군데의 골짜기는 낙차10m여m를 이루고 있는 전장2·5km의 이곡사곡(곡사곡)은 계곡의 상단을 가로지르는 북악 스카이웨이가 둑의 구실을 하다가 그대로 터진 셈. 스카이웨이 위쪽의 산에서 흘러내리는 지하수와 누수는 8백mm, 5백mm 두개의 배수관을 통해 사고계곡으로 흘러 내려보냈으나 배수관이 유수량을 이기지 못한데다가 축대에의 부실로 무너져 내려 사태를 빚었다.
연희동산5의 경우(사망 13·실종 2)는 지반자체가 왕사가 대부분인 해발1백m고지에 날림 집을 지은 데다 수목이 하나도 없어 비만 오면 그대로 계곡의 물이 범람하는 곳이었다.

<제방40여m 유실>마포구
가장 침수가 심한 망원동 222 일대는 마포강변의 제방 20·45m보다 5m나 낮은 저지대. 대형 배수문이 있으나 19일 하오 1시쯤 수문 옆 제방 40여m가 유실, 모래가마니 5백여 장을 3겹으로 쌓아 간신히 위기를 모면했다.

<배수시설 부족>용산구
한강을 끼고있는 용산구의 저지대는 대부분(12개동)이 침수돼 1천여 채의 집이 물에 잠겼으며 한강인도교로 통하는 한강로3가와 삼각지 일대 간선도로가 깊이 1m가량 잠겼다. 용산구 원효로4가 일대와 한강로3가, 신계동 36 일대, 그리고 용문동 용문시장 등지는 욱천을 통해 역류된 한강 물 때문에 완전히 잠겨버렸다.
이번에 한강변 저지대의 공통적인 침수원인으로 드러난 문제점은 한강수위가 불어나면 내수를 빼내지 못하는 배수 펌프장의 시설미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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