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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무대 장식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제한된 공간 위에 시대와 상황을 설정해놓고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직업우대장치는 창조적 예술 감각과 목수처럼 정교한 일 솜씨를 동시에 발휘함으로써만 해낼 수 있는 일이다.
여성들에겐 신체적으로 힘들고 많은 일손들을 거느려야하는 어려움 때문에 무대장치는 보통 남성들이 주로 담당해왔다. 간혹 흥미를 갖고 여기에 뛰어든 여성들도 대부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손을 떼곤 했었다는 것이다. 현재 중앙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전문적 무대장치가로는 김정환·장종선·박석인·정우택씨 등 10여명 안팎인데 여성으로는 유일하게 김화자씨가 꾸준히 활동하고 있을 뿐이다.
『작품을 소화하고 무대를 구성하는데는 각자의 개성과 능력이 문제인데 결국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인화가 가장 힘들다』고 김화자씨는 여성진출의 어려움을 지적한다. 연출자와의 호흡은 물론 밑으로 못하나 박는 데까지도 대부분남자 기술자들과 의견을 맞추어야 하는데 이것이 약간 힘에 겨울 때가 많다는 것이다.
대학(서울대미대) 재학중인 1962년에 「동인극장」이 공연한 『전화』의 무대장치를 처음 맡은 이후 김씨는 20여 개 연극작품을 비롯, TV방송의 「세트·디자인」도 맡아 왔었다.
『10년 가까이 해왔지만 요즘도 작품을 대하면 막힐 때가 많아요. 모든 분야를 상식이상으로 알아야하니까요.』쪽마루 하나의 치수가 1㎜를 틀려도 안 되는 정확한 작업과 더불어, 연극이 그렇듯이 세계사와 문학세계, 그리고 생활양식에 이르기까지 지식과 「센스」를 집약시켜 언제나 새로운 무대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더우기 요근래 연극의 경향은 사실적인데 빡빡한 무대보다는 간략하고 상징적인 것을 요구하기 때문에 더욱 어렵다는 것이다.
『상징적인 무대장치일수록 하나의 특징을 잡아서 표현해야하므로 높은 수준의 「센스」가 필요하다』고 김화자씨는 말한다.
특히 심리문제를 다룬 작품은 무대장치 가의 해역에 따라 극의 무게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씨의 경우 연극작품하나를 끝마치는데 보통 한달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작품을 해석하면서 구상하는데 대부분을 소모하고 막상 설계와 작업은 1주일 정도면 충분한 편이라고 한다.
이러한 무대장치구상에는 특히 건축양식과 배우들의 행동반경에 신경을 많이 써야한다.
의상과 조명도 무대장치와는 띨 수 없는 것이므로 때로는 의상「디자인」도 맡아야하며 설계 중에도 몇 번씩 다른「스탭」들과 의논해야한다.
『한국 연극계에는 아직「스탭·시스팀」이 확보되지 못해 계통 적으로 일을 전개할 수 가 없어요. 게다가 소품이 무대장치에 포함되지 않아 완전한 효과를 보기가 힘듭니다.』김씨는 경제적인 문제로 해서 무대가 조화를 잃는 것을 무척 아쉬워했다.
취입은 『「디자인」요를 제쳐놓고 작업 비 정도를 얻는 셈.』극단의 사정에 따라 『얼마한도에서 해달라』는 식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품삯과 재료비에 쓴다는 것이다.
『아직은 미개분야이기 때문에 작품마다 새롭게 쌓아 가는 보람으로 할뿐, 수입 면은 생각지 않는다』고 김화자씨는 말한다.
외국의 경우 전문적 무대장치 가에게는 「디자인」료가 엄청나게 붙어있고「스탭」전원이 여기에 참가 할 정도로 장치에 정성을 쏟고 있다.
그러나 한국연극계가 튼튼한 기반 위에서 움직인다면 무대장치 가의 비중도 『창작의 기쁨』이상의 경제적 보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윤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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