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의 한계에 쫓겨-세출 억 제한 「초 긴축」|내년도 예산안 6천9백80억의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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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내년도 예산집행에 있어 전례 없는 긴축을 시도, 올해본예산규모(6천4백73억 원) 보다 7.8%가 많은 6천9백80억 원으로 편성, 여당과 협의에 들어갔다.
아직 세입 「사이드」에서 2백27억 원의 부족을 나타내고 있어 세출입 규모가 조정 될 가능성을 지니는 것이지만 어쨌든 표면적으로는 예산규모의 팽창 율이 71년 25.8%, 72년16.6%(추경 포함하면 27.4%)에서 내년엔 올해 본예산기준 7.8%, 추경을 포함한 총 규모대비로는 오히려 1.3%가 줄었다는 점에서 보기 드문 긴축 예산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긴축예산의 편성은 내년도에 재정투융자에 반영해야할 5백억 원의 대 전력사업지원자금이 올해 추경에서 한 은의 장기차입으로 미리 메워졌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고(5백억 원을 내년예산에 계상하면 예산 팽창 율은 15.6%)내년도 물가 상승 율을 3%로 전제해서 공무원 봉급인상을 비롯, 각종 예산단가를 현 년도 수준으로 억누름으로써 사실상 금액상의 팽창만을 억제해놓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불황에 따른 내국세수의 부진 때문에 과거처럼 무리한 세입증가를 계상할 수 없었고 물가안정이라는 명제 때문에 관세감면 폭 축소에 의한 관세 증수를 시도할 수 없는 세입상의 약점 때문에 긴축예산의 편성은 불가피했던 것으로 지적되고있다.
그것은 예년예산안의 세출입내용을 보다 깊이 분석해보면 자명해진다.
즉 세입 「사이드」에서 재정 차관이나 대충자금 등 해외재원을 제외한 국내재원만을 기준 해 볼 때 ▲내국세징수가 4천7백억 원으로 올해 본예산목표보다 8.3%증가를 계상했으나 추경에서 감축 조정된 2백16억 원을 뺀 올해 내국세취 기준으로 보면 11.6%의 증가인 셈이 되는데 이것은 내국세 감축 분을 뺀 실질적인 금년도 내국세취 증가율 13.8%보다 별반 낮아지는 것이 아니다.
또한 세율인하에 의해 내국세취 증가율이 낮아지는 게 아니라 세율은 그대로 두고 증가율의 둔화만을 반영한 것이므로 실질적인 세 부담의 경감이 아니라 세원의 한계를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관세에 있어서는 오히려 올해목표액인 6백77억 원보다 62억 원이 줄어든 6백15억 원을 계상했는데 이것은 오히려 물가안정 때문에 국제취지와 세 취입 증대를 위한 관세율조정이나 감면 폭 축소를 포기한 대가로 얻어지는 것이며 ▲전매 익금은 올해의 21%증가 보다 높은 24%의 증가를 책정하고 있어 고급 담배판매위주에 의한 국민 부담의 증가로 나타날 소지를 안고있다.
그리고 세출「사이드」에 있어선 ▲ 일반경질에 있어 매년 15%씩 올려오던 공무원봉급인상의 유보, 지방교부금 감축에 의한 지방재정의 압박으로 팽창 율 둔화를 계획한 것이며 ▲투융자는 단가인상이 거의 없는데도 올해 본예산에서의 증가율 8.2%보다 높은 9.5%의 증가를 계상함으로써 69년 이후 지켜오던 신규사업 억제방침이 지켜졌을 뿐 집행의 효율화 등 별다른 진전은 없는 것이다.
한마디로 해서 내년도 예산안은 세입의 한계 때문에 세출을 억눌러 긴축예산으로 종합됐다는 것밖에 별다른 특징은 없는 것이다.
한편 올해 추경 예산은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5백억 원의 대한 전 지원자금이 정부의 장기차입으로 메워졌다는 점에서 전력사업이 안고있는 경영난이 정부재정에 보다 깊숙이 침투했으며 결과적으로 64년 이후 금지로 돼있던 적자재정이 한목에 크게 나타난 셈이 된다.
물론 한전에 지원된 자금이 한 은에 다시 예치되어 통화증발은 없다지만 상환책임을 정부재정이 지는 만큼 만약 한전이 제대로 정부에 상환 못하면 결국 정부부담으로 국민에게 전가된다는 점에서 명확한 재정적자요인으로 추가되는 것이다.<이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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