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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의 미시 세계사] 이어도사나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351호 29면

국제법상 공해의 암초인 이어도의 상공을 일본에 이어 중국이 자국 방공식별구역(ADIZ)에 포함시키면서 긴장감이 돈다. 이어도는 한국인에게 제주 민요 ‘이어도사나’로 잘 알려졌다. 애잔하면서도 경쾌감이 느껴지는 슬픔과 희망의 노래다. 제주도민은 물론 한국인 전체의 감수성을 잘 나타내 제2의 아리랑이나 다름없다.

이 민요는 옛날부터 제주인의 삶과 함께했다. 해녀가 물질 나갈 때도, 농부가 밭맬 때도, 아낙이 우물물 길어 올릴 때도 흥얼거렸다. 여러 버전이 있는데 그중 하나의 노랫말을 제주어로 보자. “제주바당에 배를 띄왕 노를 젓엉 혼저나가게/보름아 보름아 불지 말어라 좀수허레 가는 배 떠나감쩌/물질허레 바당에 들언 테왁 호나에 목싐을 멧경/설룬 애기 두웡 바당에 드난 살고저 살고저 허멍 셍복을 따곡/어~어허어~어~어허어~//이승질 저승질 갓닥 오랏닥 숨 그차지는 숨비소리/좀녀 눈물이 바당물 되언 우리 어멍도 바당물 먹언/나도 낳곡 성도 나신가/아방에 아방에 아방덜 어멍에 어멍에 어멍덜/이어도 가젠 살고나 지고 제주 사름덜 살앙 죽엉/가고저 허는 게 이어도 우다/이어도사나~이어도사나~이어도사나~이어도사나.”

표준말로 바꾸면 이렇다. “제주바다에 배를 띄워 노를 저어서 어서야 가자/바람아 바람아 불지 말아라 잠수하러 가는 배 떠나간다/물질하러 바다에 들어서 테왁 하나에 목숨을 맡겨/가엾은 아가 두고 바다에 드니 살고자 살고자 하며 전복을 따네/어~어허어~어~어허어~//이승길 저승길 갔다 왔다 하며 숨 끊어지는 숨비소리/해녀 눈물이 바닷물 되어 우리 어머님도 바닷물 먹고/나도 낳으시고 형님도 낳았는가/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들 어머님의 어머님의 어머님들/이어도 가려고 살고자 하네 제주 사람들 살아서 죽어서/가고자 하는 곳이 이어도랍니다/….”

험한 바다와 더불어 사는 제주인의 삶과 정신세계가 생생히 드러난다. 제주인은 이어도를 바다에 나가 끝내 돌아오지 않는 부모나 배우자·자식들이 사는 곳으로 여겼다. 자신도 이승의 힘든 삶을 마치면 그곳에 갈 것으로 생각했다. 죽음과 구원을 동시에 품은 이상의 섬이다.

이어도는 수많은 작가의 감수성을 자극해 왔다. 이청준의 소설 『이어도』는 이렇게 시작한다. “긴긴 세월 섬은 늘 거기 있어 왔다. 그러나 섬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섬을 본 사람은 모두가 섬으로 가 버렸기 때문이었다. 아무도 다시 섬을 떠나 돌아온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수중 암초인 이어도는 평균 수심 50m인데, 가장 높은 곳이 수중 4.6m에 있다. 10m가 넘는 높은 파도 속에서 풍랑과 싸우는 절체절명의 상황이 아니라면 볼 수 없다.

우리는 이어도 또는 파랑도라 부르지만 영어권에서는 소코트라 록(암초)이라 부른다. 1910년 이어도를 발견해 암초로 등록한 영국 상선의 이름을 땄다. 소코트라는 인도양상 아프리카와 아라비아반도 사이의 전략적 위치에 있는 예멘의 섬으로 한때 영국 보호령이었다. 중국은 쑤옌자오(蘇岩礁), 일본은 이를 자국식으로 읽은 소간슈라고 부른다. 이어도는 제주 마라도에서 149㎞, 일본 나가사키현 고토(五島)시의 히젠도리시마(肥前鳥島) 암초에서 276㎞, 중국 저장성 저우산(舟山)시의 하이자오(海礁) 암초에서 245㎞ 각각 떨어져 있다. 거리상으로도 한국에 가장 가깝지만 이어도를 문화적으로 가슴에 담아 둔 것도 한국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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