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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도로의 먼지 공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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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71년 현재 전국의 도로는 국도와 지방도를 합하여 4만6백35㎞밖에 안 되는데 그중 77%에 해당하는 3만1천6백81㎞는 미 포장이다. 포장 도로는 5천7백88㎞인데, 서울특별시의 포장 도로 1천9백33㎞를 제외한다면 나머지 도로 중 3천8백66㎞밖에는 거의 포장되지 않은 한심한 실정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중에는 포장된 국도 2천3백2㎞까지도 포함돼 있기 때문에 지방도와 국도 등은 거의 전적으로 포장돼 있지 않다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한때는 시정 어린 농촌 풍경과 연관되었던 신작로 길도 교통량이 늘어나고 주택들이 빽빽히 늘어선 이제와서는 오히려 뿌연 먼지에 덮인 살풍경만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지붕이며, 장독대며 온 집안이 먼지로 뽀얗게 뒤덮여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주변에서 살고 있는 주민은 진동과 흙먼지 공해 때문에 호흡기병에 걸려 있으며, 주변의 농작물도 흙먼지에 덮여 동화 작용을 하지 못하여 수확율이 저하되고 있다. 흙먼지 사태는 가옥이나 실내·가구·세탁물·피복 등의 표면 오염에서 시작하여 직물의 표면 오염을 결과하고 나아가 주민들의 건강을 해치게 된다.
인간은 성인이 1일 약 1만ℓ의 공기를 마시고 있는데 이것은 약 13·6㎏의 중량에 해당한다. 인간이 먹는 식품은 1일 약 1㎏, 물 약 2㎏임을 생각할 때 공기의 중요성을 양적으로도 가히 알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많이 마시고 있는 대기 속에 먼지 (부유 미립자)가 많으면 이것이 호흡기에 직접 영향하여 호흡기 질환을 야기하는 것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따라서 각국에서는 낙진 양을 규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공업 지대에서는 공업화를 위하여 낙진 양이 많은 것은 어느 정도 필연적인 현장이라 하더라도 도로의 미 포장으로 인하여 흙먼지가 많다는 사실은 당국의 성의 부족이 그 원인이라고 책하지 않을 수 없다. 내무부와 건설부는 그 동안 전 국토 포장 10개년 계획을 작성, 10년 안에 완전 포장하겠다고 다짐한바 있으나 그 시발점부터 주춤하고 있는 인상이 짙다.
내무부 집계에 따르면 각종 도로의 포장 증가율은 68년 6·3%, 69년 8%, 70년 9·6%, 71년도 14%로 평균 8·8%밖에 안되고 있다. 이 추세로 가다가는 완전 포장은 부지하세 월 일 것이다. 정부는 그 동안 정책 도로인 고속도로를 뚫고 통일로 등을 4차선으로 포장한 것은 좋으나,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지방민과 직결된 산업 도로·생명 도로 등의 포장이라고 하겠다.
교통량이 많은 춘천가도는 국도이고 포장되어 있기는 하나, 1·4㎞에 「커브」가 20곳이나 있고, 일반 도 폭은 10m인데도 의암호 주변은 6m밖에 안되어 며칠 전에도 26명의 사망자를 내었다. 또 대구서 해인사로 가는 길이며 충남 해미 고개 등 전국의 교통량이 많은 길 중에서도 아직 안전도조차 합격 기준에 달하지 못한 도로가 너무도 비일비재하다. 이들 길은 주민의 생명 안전을 기하기 위하여서도 조속히 개수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지방도에 있어서도 교통량 조사와 낙하 흙먼지의 양을 조사하여 먼지 공해에 시달리고 있는 도로부터 우선 포장하도록 노력해야만 할 것이다. 길은 나라의 동맥이라고 했는데 미 포장으로 동맥 경화 병에 걸리고 있는 현실은 하루바삐 개선되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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