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의 8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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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폭염의 성하가 마지막 기승을 무릴 8월이 왔다. 그러나 벌써 아침저녁으로 제법 가을을 재촉하는 선들바람이 불어 오곡이 무르익는 결실의 가을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에는 7일이면 벌써 말복이자 입추, 수확의 가을이 문턱에 있는 셈이다. 특히 올해의 광복절은 해방 27년만에 맞는 가장 뜻깊은 달이 아닐 수 없다. 아직도 국토 양단의 가열한 역사적 상황이 지속되고 있긴 하지만, 남북적십자 회담, 7·4공동 성명 등 광복 후 처음으로 남북간의 평화적 접촉이 시작되고 있는 가운데 해방의 진정한 의미를 되씹고 자주 통일에의 염원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달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관상대의 장기 예보로는 중순까지 무더위가 계속 되고 하순엔 한차례쯤 또 태풍이 올 것 같다고 한다. 과실과 벼이삭이 영 그는 계절이라 농사일에도 절로 공을 들이게 되겠지만 기상 조건에 적절히 맞추어나가는 과학적인 영농 관리에도 좀더 머리를 써야 할 때다.
조상 대대로 내려온 농가 월령의 지혜와 함께 우리 실정에 맞는 새로운 영농 기술과 농산물 관리 방식도 익혀야하겠다.
벼농사에 있어서는 일조 시간이 길수록 용수와 산소를 그 만큼 많이 필요로 하는 만큼 무엇보다 물을 계속 대어 주는 일이 중요하다. 4, 5일간 논에 물을 대어 주고 나서는 논물의 온도가 너무 올라가서 벼 뿌리가 상하지 않도록 적절히 새물로 같아주어야 한다. 이와 함께 볏 잎을 깨끗이 해서 흰빛 잎마름병 등 병충해의 방제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해마다 겪는 병충해의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농약의 적기 공급과 과학적인 방제 지도 등 정부의 농사 지도면의 책임도 크지만 개개 농가의 창의와 노력이 앞서야 한다. 거의 상습화하다시피 한 도열병을 예방하는데는 이삭이 패기 직전에 시기를 놓치지 말고 약을 뿌리는 것이 좋다.
한마디로 말해 8월 한달 풍수해와 병충해 대책에 내내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밭농사에 있어서는 무·배추 등 김장 채소의 씨앗 뿌리기를 적기에 해야 한다. 대규모로 채소를 재배하는 농가의 경우, 이상 애동으로 김장값이 폭락했던 작년의 경험에 아직도 입맛이 쓸 줄 안다.
이 기회에 농정 당국과 농협에 한마디 강조해 두지 않을 수 없는 문제의 하나는 만난을 무릅쓰고 이른바 「고미가」의 지령에 주력한다고 해서 그 대신 소채·과실·낙농물 등 기타 농산물 가격 정책면에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계절 변동에 따른 농산물 값의 진폭을 되도록 평준화하는 뒷받침이 있어야 할 것임은 물론이고, 그밖에 전반적으로 농산물 유통 구조의 개선책이 강구 되도록 시급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농민들은 주의 이외의 농사일에 땀을 흘리는 보람을 느낄 수 있겠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든지 공을 들인 만큼의 수확밖엔 거둘 수 없는 것이다. 각박한 일상 생활 속에서 우리는 모두가 차츰 계절의 싱싱한 감각을 잃어가고 있다.
농촌뿐만 아니라 도시인에게도,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투자한 대가만큼의 결과만을 기대하는 풍토 만들기를 바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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