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사표처리는 99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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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정부 질문으로 회기를 거의 보내버린 국회는 이틀 남은 본회의서의 미결 안건 무더기처리에 나서 31일 본회의에 올려진 안건은 백두진 국회의장 사임권고 결의안을 비롯해서 모두 17건.
더위와 시간에 쫓기듯 의안 중 더러는 의원의 질문이나 찬·반 토론이 생략되기도 했고 총무단은 의원들을 하오 회의까지 의사당에 붙들어 두기 위해 백 의장 사임안을 이날 의사일정의 맨 마지막으로 돌려놓았다.
공화당은 백 의장 문제의 두 번 째 표결에 대비해서 31일 아침 의원총회를 열어 결속을 다시 다짐.
정일권 당의장 서리는 『싸우는 병사에게 보급과 장비가 잘돼 있어도 사기가 없으면 싸움에 질 수밖에 없다.』 면서 『용기를 가지고 백 의장 불신임안을 부결시키자』고 했고, 현오봉 총무는 『지난번 사표처리 때는 1표의 무효표가 나와 99점의 점수밖에 못 받았지만 이번에는 1백점을 받도록 하자』고 했다.
○…국회 각 상임위는 주말인 토요일 하오 회의도 강행, 늦부지런을 피웠는데 법사위·경과위·재무위는 위원장의 사과요구 등 문제가 생겨 밤늦도록 회의가 계속됐다.
보위법의 변칙처리에 대한 이택돈·김정두 의원 등 야당 측의 인책공세에 몰린 고재필 법사 위원장은 계속 담배만 피우며 침통한 표정을 짓다가 마침내 『보위법의 법사위 심의과정에서 공화당 의원만으로 심의, 통과시킨 것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유감된 일이며 대단히 미안스럽게 생각한다. 이 사람이 사회를 맡아서 그런 일이 빚어진 것으로…앞으로는 정정당당하게 운영되기를 바란다』는 완곡한 사과발언으로 간신히 고비를 넘기고 안건 심의에 들어갔다.
경과위는 전날 밤 재정차관 1건을 날치기 통과시킨 데 대해 고흥문 의원 등 야당의원들이 김종철 위원장의 사회를 거부하고 사과를 요구, 4시간 가까이 승강이를 벌인 끝에 김 위원장이 『회진진행을 이렇게 지연시킨 데 대해 미안하다.』고 사과한 후 사회봉을 김상영 의원에게 넘겨 가까스로 수습했다.
재무위에서는 산은의 대불명세 등 8개 자료를 8월말까지 제출하라는 야당 측의 요구에 남덕우 재무장관이 『낼 수 있는 것만 내는 선에서 양해해 달라』고 했다가 이중재 홍영기 의원이 『그런 태도라면 산금채 동의안을 통과시킬 수 없다』해서 1시간 가까이 끌다 끝내 자료제출을 약속해야 했고….
○…『금년은 왜이리 더운지요』 『피서나 가시지요』-31일 낮 정일권 공화당 의장 서리의 김홍일 신민당 대표 방문은 무더위에 관한 얘기부터 말머리가 꺼내져 7, 8분간의 간단한 인사치레로 끝났다.
같은 군 출신인 김·정 대좌에 배석한 현오봉 공화당 총무가 『두 분은 옛날부터 서로 성미를 잘 아시니 협조가 잘 될 것』이라고 말하자 정 당의장 서리 『현 총무에게 걱정이 많소. 총무간의 의견이 틀리면 나와 당수도 본의 아니게 의견이 틀리게 되지 않겠소』라고.
정 당의장 서리가 『삼복더위에 신민당은 전당대회를 치러야겠군요』라고 하자 옆에 있던 윤제술 신민당 정무회의 부의장이 『국회 한번 더하지…』라면서 대회 연기론자로서의 속셈을 비쳤고 정 서리는 『그래서 예산도 미리 통과시키고 가을엔 쉬었으면 좋겠다』고 되받기도.
정 서리가 시간 나는 대로 여야총무단과 함께 저녁이나 함께 하자고 제의하자 김 당수는 『그럽시다』로 간단히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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