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8)위험한 부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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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숨이 콱콱 막힌다. 수은주가 35도를 오르내리니 선풍기를 틀어 놓아도 후덥지근한 바람이 오히려 불쾌감만 준다. 이럴 때 더욱 불쾌한 소식이 있다.
부산에서 불량부대(부대)에 몸을 맡기고 바다에서 더위를 씻던 소년이 부대가 꺼져 빠져 죽었다는 것과 이러한 불량제품이 시중에 마구 팔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여름이면 누구나 푸른 물결이 울렁이는 바다나 강을 동경한다.
그러나 「바캉스」를 즐기려는 대부분이 수영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들이다.
수영을 못하는 사람들은 으레 부대에 귀중한 생명을 맡기고 깊은 물 속에 들어가기 마련이다.
이처럼 귀중한 생명을 의지하는 부대가 엉터리 업자들에 의해 조잡하게 만들어져 시중에 나돌고 있다니 정말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관계 당국은 무엇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시장에 나가보면 장난감 가게 등에 그 용도나 사용방법, 「메이커」표시 등도 없는 각양각색의 물놀이 기구들이 울긋불긋한 원색으로 채색되어 수북히 쌓여있다.
더구나 조잡한 구명용 부대 때문에 1년에 숱한 생명을 잃지 않나 하고 생각하니 등골이 서늘하다.
당국은 다른 것도 모두 중요하지만 생명에 관련된 것에는 더욱 신경을 써야할 것으로 믿는데 예컨대 부대 같은 것은 제조 허가에서부터 제조 공정·양질의 원료·접착제 점검과 제조년월일·철저한 실험검사 등을 할 것은 물론 무허 제품과 업자들에게는 가중 처벌하는 강경책이 아쉽다. 이와 아울러 부대를 사용하더라도 기구를 과신하여 허리 깊이 이상의 깊은 곳에 들어가지 말 것 등 사용방법의 지도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배창균(대한적십자사 안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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