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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방공구역서 이어도 못 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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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한·중 국방전략대화’가 열린 28일 국방부에서 중국 측 대표 왕관중 인민해방군 부총참모장(맨 왼쪽)이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왕 부총참모장의 발언을 듣고 있는 우리 측 대표 백승주 국방차관(맨 오른쪽). ‘이어도를 방공식별구역에 포함시킨 중국이 이를 수정해야 한다’는 한국 요구에 왕 부총참모장은 “수정할 의향이 없다”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이어도를 자국의 방공식별구역(CADIZ)에 일방적으로 포함시킨 중국이 이를 수정해야 한다는 한국의 요구를 공식 거절했다. 백승주 국방부 차관과 왕관중(王冠中) 중국인민해방군 부총참모장은 28일 서울에서 열린 3차 한·중 국방전략대화에서 만나 이 문제를 협의했으나 입장차만 확인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회의 직후 “백 차관이 우리 정부의 강한 유감과 시정을 요구하는 입장을 중국 측에 명확하게 전달했다”며 “하지만 왕 부총참모장은 한국 측의 조정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지난 25일 “한국과 소통을 강화해 지역의 평화안정을 지켜나가고 싶다”고 한 것과는 다른 입장이다.

이에 따라 제주도 남방 지역의 방공식별구역을 놓고 한·중·일 마찰과 갈등이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지난 23일 발표한 CADIZ는 제주도 서쪽 상공에서 우리 방공식별구역(KADIZ)과 폭 20㎞, 길이 115㎞가량이 겹쳐 있고, 이어도 상공도 포함돼 있다.

 이날 회의에서 백 차관은 “한·중 간 신뢰관계를 고려할 때 양국의 방공식별구역이 일부 겹치고 이어도가 포함됐는데도 사전협의가 없었다는 것은 매우 유감”이며 “이를 인정할 수 없다”고 사실상 항의표시를 했다. 또 “주변 국가들의 방공식별구역 설정과 무관하게 이어도와 주변 수역에 대한 우리 관할권은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왕 부총참모장은 “중국은 주권국가로서 독자적으로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할 권리가 있다”며 “국제적 관습과 국내법을 고려해 설정한 것이기에 수정할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중국이 한국의 요구를 거부하자 정부는 KADIZ의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중국이 공개적으로 CADIZ를 선포한 이상 수정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라 대비책을 강구해 왔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KADIZ에 이어도를 포함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왕 부총참모장에게도 이런 방침을 통보했다”고 덧붙였다.

 양국은 이날 회의에서 고위급 인사교류 강화와 장교들의 군사어학 교육 확대, 군 의료 전문분야 시찰단 교류 실무협의 등 국방 차원의 교류 확대에 합의했다. 하지만 중국은 핵심 현안인 방공식별구역 조정을 거부한 데 이어 2011년 7월 한·중 국방장관회담에서 합의한 국방부 간 핫라인 설치 문제에 대해서도 유보적 태도를 취했다.

글=정용수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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