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랙슨과 교통질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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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자동차의 안전 운행과 보행인의 안전을 위한 자동차「클랙슨」소리가 오히려 승객과 보행인에게 신경을 날카롭게 하고 심지어는 임산부에게 상해를 준다면 이것은 안전을 위한 경종의 역할보다는 사람에게 위 해를 주는 또 하나의 위험이 되는 셈이니 참으로「아이러니」라 아니 할 수 없다.
무릇 동물은 외부에서 오는 각종 자국에 대해 싫든 좋든 빠르게 느낄 수 있는 눈·코·입·피부 등의 감각기를 가지고 있으며 사람에게 있어서 이들 모든 감각작용의 필요성에 우열을 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일상생활가운데 시청각만큼 넓게 이용되는 감각은 없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하루의 생활에 있어서 청각의 영역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넓다고 하겠다.
이에 좀더 피로를 덜고 생활의 안전을 겸한 유쾌한 청각을 위하여 이 문명의 이기인「클랙슨」소리도 보다 부드럽고 효율적인 것으로 이용될 수 없을까 생각해본다.
시각을 통한 색깔의 선택으로 마음의 안정을 얻게되는 것과 같이「클랙슨」소리도 이 소리를 이루는 주파수를 보다 부드러운 소리를 이루도록 한다든지 또는 소리의 최고 강도를 제한하도록 하는 방법도 있겠고 또 일시에 충격파 소리를 내지 않고 낮은 소리에서 점차 높은 강도의 소리가 나도록 하는 방법 등도 있을 법한 일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상적인 것은「클랙슨」없이도 교통질서가 잡히는 그런 거리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인류의 역사는 이제까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모든 일을 하나하나 해결해 온 역사라고도 할 수 있으므로 운전하는 사람이나 보행자가 교통신호, 안전표지 등을 잘 지켜 날카롭고 신경질적인「클랙슨」소리를 없애는 거리를 전혀 이루지 못한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여기다 좀 더 얘기를 비약시킨다면 그 듣기 싫은 단음의 「클랙슨」이 부드럽고 아름다운 한 소절「멜러디」로 대치된다면 또 얼마나 좋을까.
굳이 경종을 울리지 않고 서로 법을 지키며 사는 명랑한 사회가 어서 이루어졌으면 싶다. ^^<사진>이태준<가톨릭 의대 교수·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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