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시민사범 단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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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시는「반 시민행위」단속에 나서 대낮에 춤추던 남녀 2백45명을 즉심에 회부하고 업 태 위반한「카바레」등 2개 업체를 입건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당국이 듣기에도 생소한「반 시민행위」란 신조어를 등장시켰다는 점이다. 서울시와 시경에 의하면 반 시민사범이란「카바레」·「나이트·클럽」의 ①시간 전 영업행위 ②「아르바이트」행위 ③부녀자단독 입장 ④촉광 위반 ⑤철야영업 ⑥미성년자 출입 등이라고 한다. 이 말은 곧 반 시민사범이란 서울시의 행정명령에 위반한 행정사범을 뜻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당국이 대낮에 춤바람이 난 남녀를 단속하여 즉심에 회부한다거나 도로보행자 단속 등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의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당국이 이 같은 행정사범단속에만 골몰한 나머지 그 여파로 더욱 중요시해야할 형사범의 단속에 소홀하게 된다면 본말을 전도한 처사라 할 수밖에 없다. 대낮부터 춤바람이 나서 가정을 돌보지 않고 춤에 미쳐 놀아나는 남녀들에 대하여 우리는 하등의 동정을 할 수 없다. 그들이 생업을 팽개치고 외간남녀들이 몸을 맞대고 춤을 추고 있는 것은 우선 도덕적으로 용서될 수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그것이 곧 가 벌 성이 있는 범죄행위냐는 별문제이다.
요즘 서울의 뒷골목에는 한때 자취를 감추었던 윤락여성들이 도처에서 다시 고개를 들고있다. 종 3을 중 심한 이른바 적선지역에 있던 사창들이 변두리 주택가에 침투하여 윤락행위를 일삼고 있는데, 시민으로서는 당국이 왜 반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는 이 같은 윤락행위의 단속에는 속수무책인지 통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경찰은「나이트·클럽」의 철야영업을 단속한다고 하고 있지만, 한편에선 관광을 빙자한「고고·클럽」들의 심야영업은 이를 오히려 권장하고 있는 듯한 인상이 짙다. 관광「호텔」등에서의「카지노」가 그렇고,「관광기생」이라는 이름의 윤락행위가 외화벌이라는 명목으로 성행되고 있다는 사살은 본 난이 누차 그 폐단을 지적한 바 있었다.
이처럼 허가된「댄스·홀」에서 영업시간전인 대낮에 춤을 추는 행위와 허가된 장소에서 철야「고고」를 추는 것과의 위법성·범죄성의 구별을 시민들은 할 수 없는데, 시가 이것을 구별하여 단속을 벌이고 있는 것은 주로 과세라든가, 시 수 확대 등을 꾀하는 행정적 필요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따라서 당국이 이처럼 동일하거나 유사한 행위를 가지고, 하나는 반 시민사범이요, 또 다른 하나는 형사범이라 하여 이중적인 도덕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건전한 상식과는 부합되지 않는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퇴폐풍조의 단속이나 윤락행위의 단속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국가의 공권력은 먼저 형 사적인 범법행위를 집중 단속한 다음에 여력이 있는 경우에 한해서 행정범의 단속을 강화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서울시는 그 동안 1천 여명의 인사이동을 단행하여 말단시민행정은 아직도 마비상태에 있다고 하는바, 하루속히 인사파동을 수습한 뒤 장마철의 수 방 대책이며 전염병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요, 청소행정 등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그런 뒤에「카바레」나「나이트·클럽」등을 단속하더라도 늦지는 않다. 지방자치단체인 서울특별시로서는 시민의 생존과 보건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할 것이며, 질서유지를 위 하여는 행정사범에 앞서 형사범부터 색출 처벌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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