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투쟁과 국력의 강화|7·4성명과 한국의 진로|신상초<본사 논설위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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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7·4성명으로 말미암아 남북간의 무력충돌의 가능성이 없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렇지만 남-북간에 현재와 같은 세력균형이 지속하는 한 남-북 대립은 무력전쟁보다도 정치전쟁의 성격을 띨 공산이 크다. 정치전쟁에 있어서의 무기는 바로 사상이다. 앞으로 남-북 대화는 확대될 것이요, 또 대화의 결과로써 남북을 가로막던 엄중한 정치적 장벽이 부분적으로 무너지고 비정치적 분야에서의 접촉·교류가 행해질는지 모른다.
6·25전 철의 장막을 내렸던 것은 공산당이요, 우리 한국은 그 제거를 요구해 왔었다.
휴전동결 상황하 남-북은 공히 안전보장의 필요 때문에 장벽을 견고케 해 놨다. 이제 상황 변화로 말미암아 장벽의 일부에다 구멍을 뚫을 수 있는 조건이 생겨났다. 개방사회체제하에 살고 있는 우리가 접촉·교류를 겁낸다고 하면 이는 자유사회의 자기부정이 된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가 자유와 민주주의 사상으로 철저히 무장하고, 자유사회가 공산주의 노예제도 보다 월등하게 낫다는 확신을 가지고 남-북간의 대화·접촉·교류를 맞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설령 남-북을 가로막는 장벽을 일시에 전부 철거한다 하더라도 우리 국민 중 누구하나도 공산주의 및 공산당에 동조하는 자가 없다는『정치적·사상적 면역성』의 배양·확보야말로 대한민국의 안전·발전·번영을 보증하는 기본조건인 것이다.
7·4성명 이후의 상황에 대비키 위한 사상투쟁의 대상은 비단 공산당만이 아니다.
기회주의적인 회색분자, 무조건 평화통일을 빙자한 실질적인 용공영합 론 자들의 준 동도 전자에 못지 않게 경계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이 부류에 속하는 자들은 지금까지 한국이 취한 엄격한 사상안보 태세 때문에 감히 날뛰지 못했다. 그러나 남-북 관계 해빙의 기운에 편승하여 철없이 날뛸 가망이 없지 않다.
만약에 이들 희미하게 살던 족속들이 득세하고 피로써 자유조국을 지켜온 자유·반공투사들이 오히려 서리맞는 세상이 된다고 하면 자산한국은 소리 없이 용공국가로 변질하고 말 것이요, 우리가 자유전선에서 산화한 수십만 선열의 영령을 높이 무시는 의의 그 자체가 말살될 것이다. 물론 이런 일은 절대로 생겨나지 않을 줄 알지만 정부도, 사회집단도, 7·4성명이 국민의 왕성한 반공투쟁의 사기를 조금도 저하시키지 않도록 충분한 대책을 세워 나가야한다.
7·4성명은 일단 분단현상동결을 받아들이는 것이므로 4반세기를 지속한 한국의 강경한 통일정책, 대 북괴 정책을 우선은 후퇴시키는 결과가 된다. 이로 말미암아 각계각층 국민의 가치체계나 의식구조에 소리 없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은 부인 못한다.
우리는 이 변화의 물결을 자유사회필승, 공산주의 필 멸의 방향으로 몰고 나가야지 흐리멍덩하게 대공유화의 방향으로 몰고 나가다가는 결국에 가서는 우리 자신이 공산 노예의 신세를 면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우리는 7·4성명이라는 이름의「쇼킹」한 정치주사를 한 대 맞았다. 이 주사가 몸의 건강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되는가 혹은 반대로 건강을 악화시키는가는 주로 우리의 개인과 사회의 몸가짐·마음가짐 여하에 달려 있음을 강조하자 싶다.
분단장벽의 일부에다 구멍을 뚫어놓은 이후 우리와 공산당과의 대결은 우리국가사회가 내포하고 있는 갖가지 모순대립을 얼마나 신속·대담하게 제거할 수 있느냐에 따라서 승패가 판가름날 것이다. 공산주의와 싸워서 이기는 최선의 방법은 아무리 공산당이 선전의 나팔을 불어도 계급투쟁이나 폭력혁명이 벌어질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을 전무케 하는 것이다.
①소득분배는 공정히 해서 있는 계급과 없는 계급사이의 대립을 해소하고 양자간에 생활상 격차를 줄여 계급투쟁 의식의 발생을 원천에서 봉쇄하는 것 ②부정·부패일대, 약육강식의 절멸, 올바른 국가사회 기강의 확립 등으로 사회정의를 구현해 나가는 것 ③언론창달, 의회민주정치의 건전한 발달 등으로 모든 불평·불만의 씨를 신속히 제거하여 폭력충동이 일어나지 못하게 하는 것- 아마도 이 3자는 국가총력으로 공산당과 싸워서 이기기 위해 반드시 실현되어야 할 국가적 과제요 사회적 요청일 것이다.
우리는 공산주의를 배격한다하면서 공산주의이론이 통할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을 조성해 주는 과오를 절대로 저질러서는 안 된다.
공산당과 싸워 이기는데는 첫째도 힘, 둘째도 힘, 셋째도 힘이다. 그 힘은 우선 개개인이 알찬 사상·신념·능력을 갖는 것이요, 다음에는 개개인의 힘을 사회적으로 잘 조직하여 상승작용을 일으켜 국력을 비약시키는 것이다. 개개인의 힘을 잘 조직하여 상승케 하는 것은 국가가 해결할 일이요, 정치가 해결할 과제이다. 국민총화는 절실히 필요하다. 그러나 민주적인 단결을 떠난 총화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민주주의가 갖고 있는 생리적인 기능을 최대한으로 발휘시켜 전환기의 시련을 능숙히 극복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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