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건설촉진법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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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건설부는 주택건설촉진을 위해 제도적 지원과 광범위한 재원확보책을 일원화한 「주택건설촉진법」안을 마련, 곧 국회에 제출키로 했다.
이 법안의 내용은 건설자재생산의 면허조치를 비롯하여 민간업자가 조성한 택지 중 일정기간이 지난 것에 대해서는 공권력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하며, 일반기업의 주택건설을 권장하기 위해 주택부담금의 일부를 세무회계상 손비로 인정해준다는 것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건설부는 이와 아울러 주택건설 재원의 조성방안으로서 3차 5개년 계획 기간 중 주택채권·재정자금 등 총7백억원을 확보하여 정부건설율을 증대시킬 방침이라고 한다.
오늘날 우리의 주택부족율은 전국적으로 25%, 대도시에 있어서는 대체로 50%에 달하는 심각한 상태에 있다. 이같은 주택난이 국민생활에 끼치는 심각한 영향을 생각할 때, 주택문제의 해결을 위한 정부당국의 비상한 대책의 시급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 건설부가 마련한 주택건설촉진법안은 종래 정부가 산발적으로 시행해온 여러 행정적수단을 제도적으로 집약해서 법제화하는 동시에, 주택건설에 따른 애로를 타개하려는 세심한 배려가 엿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스러운 정책방향의 설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법안에 반영되어있는 몇가지 중요문제 가운데 우선 우리의 특별한 주목을 끄는 문제는 민간에서 조성한 택지에 대한 공권력에 의한 수용 조치이다. 법에 따르면, 민간업체가 조성한 대지 중 2년경과 후에도 주택을 짓지 않은 유휴지에 대해선 정부가 국민주택용지로 수용, 사용한다고 되어 있다. 이것은 금융지원 등을 받고 택지를 조성한 후에도 주택을 건설하지 않고 빈터로 방치해두었다가 폭리를 꾀하려는 일부 동향에 비추어 택지사용의 효율화를 기하자는데 목적이 있다 하겠으나, 동시에 이것은 불가피하게 사유재산의 침해 등 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코 경솔하게 다룰 성질의 것은 아닐 줄 안다. 해당대지를 담보로 회사자금을 대부 받아 조성한 택지의 경우라도 자금상환능력의 상실 등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소유주의 권리가 침해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택지사용의 효율화라는 측면에서 살핀다면 택지를 조성한 뒤에도 주택건설이 저조함은 토지가격의 상승을 바라고 있는 투기이거나, 아니면 주택건설의 투자유인이 감퇴되고 있는 탓으로 봐야 할 것이므로 설사 그 같은 택지를 정부가 수용한다손 치더라도, 거기에 주택을 건설할 수 있는 여건이 나아질 것으로 볼 수 없을 것이다.
다음으로 일반기업의 주택건설을 촉진시키기 위해 무주택사원이 주택적금에 가입할 경우, 기업부담금을 손비로 처리한다는 세법상의 지원조치는 시의에 적절한 「아이디어」로 찬성하고싶다. 아는바와 같이 우리나라 기업회계상 사내유보나 손실처리 문제에 있어서는 비합리적인 면이 적지 않아 징세에 치우친 나머지 기업의 생산적재투자의 길이 원천적으로 제약당하고 있음은 다아는 사실이다. 따라서 주택건설에 대한 투자를 손비로 인정한다는 것은 이 문제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데 하나의 선도적 역할을 기대할만한 것이다.
공업화의 촉진과 인구의 도시집중이 가져다준 필연적인 현상으로서, 지가의 폭등과 이로 말미암은 토지활용의 저해가 당면한 주택문제의 큰 제약요인임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최근의 경제침체와 부동산투자억제 때문에 일단 지가상승은 주춤하고 있으나, 앞으로 장기적인 지가상승의 추세에 대처할 수 있는 토지활용방안이 필요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종래 전시 효과적이며 국민의 소득수준을 무시한 호화 「아파트」의 건설 등에 막대한 재원을 쏟아온 주택정책의 자세를 근본적으로 반성하고 무엇보다도 저렴한 택지를 다량으로 조성, 확보하고 주택건설의 「코스트」 상승을 억제할 수 있는 개발비용 효율화의 노력이 한층 강조되어야 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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