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일어판 저서 셋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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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근년 들어 우리 학계에는 국내학자들의 저서 또는 논문을 영·일어 등 외국어로 번역 소개하는 작업이 활발해 지고 있다. 이 출판물들은 대부분 국내 출판사를 통해 외국어로 간행하는 경우가 많지만 개중에는 외국 출판사의 요청으로 직접 외국에서 간행되는 경우도 없지 않다. 다음은 최근 국·내외서 소개된 신간 3종.

<식민지금융정책의 사적 분석(일어판) 고승제 저>
경제과학심의위원인 고승제 박사의 저서 『식민지금융정책의 사적 분석』이 일본 「어다의 수」서방에서 일어판으로 나왔다. 이 책은 고 박사가 2년 전에 낸 『한국금융사 연구』(일조각 간)를 토대로 전면 개편·보완한 것으로서 일제 36년간 한국경제 및 사회의 실상과 그 변모를 은행이라는 창구를 통해 조감·분석한 것이다.
동방의 은둔국으로서 원시적 자족단계에 머물렀던 한국경제에 일본 자본주의 경제가 어떻게 침투했으며 이것이 전통적 한국사회에 어떤 변모를 가져왔는가? 또 일본의 대륙 팽창정책 및 식민지 정책이 금융면에서 어떻게 구현되었는가 하는 것 등을 방대한 기본 자료에 입각하여 객관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일제식민지 정책 및 그것이 사회·경제에 미친 영향을 정확히 이해시키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히고 있다. 고 박사는 일본 입교대학을 졸업, 서울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서울대·연세대교수와 미「컬럼비아」·「시카고」대학 연구교수를 역임했다. <어다의 수서방 간·국판 240면·1천「엥」>

<한국고고학개론(일어판) 김원룡 저>
서울대 김원룡 박사는 최근 일어판 『한국고고학 개론』을 일본 동 출판사에서 출판했다. 66년 이미 간행한바 있는 내용에 새로운 자료를 보충, 개필한 개정판이다. 이 책에 수록된 새 자료는 국내에서 아직 공식적으로 인용한바 없는 북한 고고학계의 발굴품에 관한 것들이다.
안악의 동수묘(미천왕릉)를 비롯하여 굴포리의 신석기시대 유적과 미림리·지탑리 등의 초기 철기시대 유적 등 8·15이후 발굴된 것이어서 우리 학계는 그 인용을 기피해왔다.
그러나 선사 고고학을 해명하는데는 이들 북한에 있는 문화재를 외면할 수 없기 때문에 일본학계를 통해야 하는 자료입수의 2중성에도 불구하고 새 자료를 대폭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 박사가 이번 일어판(번역은 서곡정씨)을 낸 것도 한국과 일본 고고학의 불가분의 관계에 의한 것이다. 최근 일본의 고분 발굴에서 한국의 고문화를 새삼 깨닫고 있는 것과 같이 한국과의 학문적 교류를 일본학계가 요구하기 때문이다. (동경 동 출판사·국판·210면·1천8백「엥」)

<한국전통문화사(영문판) 조완제 저>
중앙대 조완제 교수는 영문판 『한국전통문화사』(Traditional Korea A Cultural History)를 저술했다. 미국문학을 중심으로 미국학을 전공한 저자는 미국학 연구의 방법론을 한국학에 적용, 한국의 전통문화를 개관했다.
지금까지 영문으로 소개된 2종의 『한국사』가 정치사를 주로 다루었는데 비해 이 책은 정치사뿐 아니라 문학·철학·종교·예술 등을 전체적으로 파악, 외국에서 한국학을 연구하는 교과서로도 쓸 수 있게 엮어졌다.
우리 문화사를 상고시대, 삼국시대와 통일, 문화적 노력, 분열과 통합, 고려시대의 사회와 문화, 고려말기, 이조시대의 전통한국, 이조말기 등 8장으로 나눈 이 책은 특히 문화적 노력을 한 장으로 독립시켰고 이 속에 유교·불교·도교를 각기 다른 항목으로 다루고 있다.
저자는 또한 이 『한국전통문화사』에 이어 2∼3년 안에 『한국현대문화사』도 간행할 계획이다. <중앙대출판부 간·국판·477면·3천5백원·12「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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