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확산되는 갈등, 민주당의 결단이 중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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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어제 대치 정국을 풀기 위한 회담을 했지만 해법을 내지 못했다. 실망스럽다. 시간이 갈수록 갈등은 정치권을 넘어 사회로 확산되고 있다. 소수이기는 하지만 천주교 사제에 이어 개신교·불교와 일부 시민단체 사이에서 대선불복 투쟁 조짐이 늘고 있다. 대립은 당초 국가기관 선거개입 의혹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천주교 신부의 ‘연평도 포격 용인’ 발언을 계기로 국가안보·종북 논란으로 커지고 있다. 대통령도 “묵과하지 않겠다”며 엄정한 대처를 천명했다. 대치는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여야엔 이제 시간이 별로 없다. 제대로 된 결산심사는 아예 실종됐다. 예산안 처리시한(12월 2일)은 코앞인데 심사는 소걸음이다. 각종 민생법안은 수북한데 국회는 일손을 놓고 있다.

 대치를 푸는 열쇠는 사실 민주당이 쥐고 있다.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일괄 특검’ 주장은 무리한 것이다. 이미 검찰수사·국정조사·국정감사가 이뤄진 데다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한 특검 선례도 없다. 민주당은 특검 주장을 접고 새누리당이 수용한 국정원 개혁특위에 매진하는 게 옳다. 그리고 기초단체장 공천 폐지처럼 민주당이 선도하고 있는 정치개혁을 밀어붙여야 한다. 투쟁성은 야당에는 생명처럼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발현되어야 한다. 대선불복 투쟁처럼 비춰질 수 있는 걸 너무 끌면 야당은 국정 혼란의 책임을 나눠지게 된다.

 민주당은 4인 협의체를 제안했다. 4인이든 6인이든 형식이 중요한 게 아니라 민주당의 결단이 필요하다. 정의구현사제단은 연평도 발언과 대통령 퇴진 주장으로 논란을 일으켰는데 이들은 민주당이 주도하는 야권 연석회의에도 참여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들과 어디까지 같이 갈 것인지 분명히 선을 그어야 한다. 제1 야당은 제도권에서 차지하는 지위와 현실적인 파워로 야권 투쟁의 지도자 역할을 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 조경태 최고위원 같은 합리적 목소리가 더욱 커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