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키신저」 방일의 저변|일 새 집권자의 외교구상 탐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닉슨」외교의 실질적 조타수인「헨리·키신저」특별보좌관이 몇 차례에 걸친 연기 끝에 9일 일본을 방문했다.
지난4월「닉슨」의「모스크바」방문 이전으로 방문일정을 정했다가 월남전의 악화로 뒤늦게 비공식 방문하게 된「키신저」는 우선 일본지도자들에게 금후 미국외교의 기본전략과 북경·「모스크바」회담의 내용을 설명하고 양대 정상회담 이후에 전개될「아시아」권력구조 속에서 일본이 맡을 역할에 관해 일본외교의 동향을 살피는데 역점을 둘 것이라고 일반적으로 관측되고 있다.
소위「닉슨·쇼크」를 안겨준「닉슨」의 북경방문, 대 일본하역 역조를 타개하기 위해 미국이 취한 일본섬유류에 대한 수입규제조치 및「달러」방위조치는 미국과의 긴밀한 관계를 자부해온「사또」정권에 큰 타격을 주었다. 이로 인해 석연치 않게 된 양·국간의 관계는 일본으로 하여금 독자적으로 적극적인 대 중공 수교문제와 일-소 관계개선을 추진하게끔 했다.
그중 일-중공 국교정상화는 누가 계승하든「사또」이후의 신 정권이 정치생명을 걸고 해결해야 할 지상과제로 대두되었다. 6월중 퇴진할「사또」의 후계자경쟁에 뛰어든「후꾸다」외상, 「다나까」통산 상, 「오오히라」「미끼」등 네 자민당 지도자들은「키신저」에게 저마다 이 문제에 대한 미국의 솔직한 견해를 듣고 또 그들의 복안을 전하고 싶어하고 있다.
「키신저」의 방일목적중의 하나가「닉슨·독트린」을 주축으로 하는 극동세력권의 재조정을 두고 차기 일본 집권자의 외교구상을 탐색하는 것인 만큼 일본 국내사정으로 보아 절호의「찬스」를 택한 셈이다. 이에 관해「자주외교」의 폭을 넓히려는 일본지도자들과 미국의 방위부담을 더는 입장에서 대만을 일방적으로 버리지 않는 미국식 대 중공 수교를 종용하게 될「키신저」사이에 마찰이 생길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와는 관계없이 최근 미-소 수뇌회담에서 명백히 된 미-소에 의한 세계공동지배 구상의 재확인은 극동에서 일-중공의 접근을 촉진하는 분위기를 조성해 주었다.
미-소 정상회담 결과「유럽」안보회의 소집 및 동·서 상호 감 군의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것은 중공에 소련의 직접적 위협을 가중시켰다. 소련의 주력이 중공포위망 구축을 위해 「아시아」진출에 두어질 경우 중공도 대일 관계 개선에서 활로를 찾지 않을 수 없다.
「수교 3원칙」(정치 3원칙)을 강경하게 고집하던 주은래가 지난 5윌 공명당의원들의 2차 북경방문 때『「사또」가 아닌 새 지도자의 방중을 환영할 뜻』을 비친 것은 중공의 이러한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키신저」방일의 성격상 중·일 관계 못지 않게 일본의 대소 접근자세도 중요 탐색대상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작년 미-중공 접근 후 소련외상「그로미코」의 방일로 표면화 된 일-소 평화조약이 금년 중 체결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고 이와 병행한 일-소 경제협력문제도 일본재계가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일본은「키신저」에게 일·소 「시베리아」 공동개발 및 평화교섭에 따른 북방영토 반환문제에 관해 미국과 소련의 의사를 타진하려 하고 있다. 아뭏든 소련극동함대의 「아시아」 진출과 일-중공 접근저지의 외교적 포석으로 소련이 취하고 있는 대일 교섭추파는「키신저」가 미국 측 대안을 제시해야 할 중대한 문제들이다.
이외에 일본외무성은 기존 세계 10대 당국재상회담의 정치 판이라고 할 수 있는 정기『미-일-「유럽」수뇌회담』의 개최구상에 관해「키신저」의 의향을 타진할 방침을 밝힌바 있다. 5강 시대에 명실상부한 일본의 지위를 굳히려는 이 구상은 영국·서독의『EC(유럽공동체) 일본합동위원회』설립안과 때를 같이하고 있어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이에 곁들여「오끼나와」반환 후 재일 미군기지의 자지문제는 중요 협의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질적인 미-일 양국간의 이 관계 못지 않게「키신저」가 이번 일본방문에서 처리해야 할 문제로는 미국에 대해 일본지도자들이 느끼고 있는 피해의식을 중화시켜주는 일이다.
일본을 각국으로 부추기면서도 중요 국제문제해결에는 참여시키지 않는다든지, 대등한 관계를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은 미국의 명령에 복종하기를 바라는「현상고정하의 일본」을 미국이 종용하고 있다는 것이 그들의 불평이다. 「키신저」의 방일은 이러한 불평을 미국 측 기본 입장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여하히 무마시킬 것인가 하는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다.

<전 육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