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작업환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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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노동청이 지난 5월1일부터 31일까지 전국 사업장의 작업환경을 조사한 결과 96%에 해당하는 사업장이 안전장치 결함, 소음, 조명불량 등 유해작업장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이것은 1차로 2백67개 사업장을 조사한 결과인 바 앞으로 남은 1천53개 사업장을 조사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두렵다.
노동청이 1차로 실시한 2백67개 사업장의 3천2백90개소가 유해작업환경으로 개선되어야 할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 내용을 세분하면, 이중 안전장치결합이 2천1백18개소, 소음과다 4백97개소, 조명불량이 1백55개소 등이었다 한다. 노동청은 따라서 오는 6월 말일까지 조사를 마친 다음 10월30일까지 개선명령을 내리도록 할 방침이라 한다.
근로자의 작업환경은 근로자의 건강유지와 작업능률 향상을 위하여 일정한 기준이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근로기준법은 안전과 보건에 관한 장을 두어『사용자는 작업상 위험 또는 보건 상 유해한 시설에 대하여 그 위험방지 또는 근로자의 건강·풍기와 생명의 보지에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도록 강제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근로안전보건에 관한 자문기관으로 보사부에 산업안전 보건위원회를 두고 근로안전규칙과 근로보건규칙을 제정하여 이의 실시를 위한 제반조치를 강구하도록 요구하고도 있다.
일정한 사업장에는 안전관리자와 보건관리자를 두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안전관리자를 두지 아니하고, 법령에 정해진 안전장치조차 소홀하게 하고 있는 것은 사용자들이 근로자의 안전을 경시하고 있는 증거라고 하겠다. 사용 주는 적어도 법령이 규정한 근로안전 기준에 따른 장치만큼은 반드시 설치하여야만 산업재해의 예방이 가능할 것임을 명심하여 근로자의 작업환경 개선에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사용 주는 산업재해보상 보험법에 따라 산업재해가 발생하더라도 보상을 위한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돈이 드는 안전시설을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농후한 것 같다.
그러나 안전관리시설을 하지 않아 산업재해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사용주가 손해배상을 해야 할 책임까지 지게 되는 것인 즉 사용 주는 근로감독관의 지시가 없더라도 이를 이행하여야 할 것이다. 근로자의 작업환경을 개선하면 작업능률이 오른다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 서독의 사용 주들은 소음이 있는 작업장에는 음악을 듣게 하는 장치를 하여 작업능률을 거의 배가한 일이 있으며, 작업환경이 쾌적해지면 질수록 작업능률이 비례적으로 좋아질 것은 불문가지이다. 사용 주는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작업장의 환경개선에 최선의 성의를 다해 주기 바란다.
노동청은 평화시장 사건 이후에 근로자의 작업환경이 얼마나 비참한가를 이미 알았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96%의 작업장이 유해환경으로 남아있게 한 행정책임은 면할 수 없다.
노동청의 근로감독관 조차도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무시하고 사용 주만을 바라보고 있다고 한다면 우리 나라의 노동조건의 개선을 영원히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노동청은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유지하기 위하여 작업환경의 개선을 보다 적극적으로 독려해 주기 바란다.
작업장이 소음이 과다하거나 조명불량인 경우에는 이에 따른 직업병이 유발될 수 있고 근로자의 복지에도 지장이 많기에 정부는 근로자의 작업환경 개선에 전력을 다해 주기 바란다. 인력의 부족에 허덕이고 있는 세계에서 아직까지 한국은 인력의 귀중함을 절감하고 있지 않는 것 같으나 이것은 곧 닥쳐올 숙련공의 기근 둥으로 후회막급의 한탄을 낳게 할 것이다. 정부는 근로자의 인권과 보건을 위하여 작업환경 개선에 보다 큰 성의를 보여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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