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엔 침묵 지킨 빙산의 일각|미·소 공동 성명 내용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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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불 외교 문제전문가 「장·라파엘」>
미국과 소련은 1주일 동안 계속된 「닉슨」-「브레즈네프」 「모스크바」정상회담의 공식 결산을 3천 단어의 문서로 작성했다(양국관계 기본원칙선언 l천 단어, 공동「코뮤니케」 2천 단어). 이 문서는 3개월 전 내용이 불명료한 상해의 미·중공 공동「코뮤니케」가 발표된 뒤에 방관자들이 마음속에 제기됐던 것과 똑같은 『이 공동성명은 빙산의 일각인가?』 라는 의문을 품게 했다. 이에 대한 회답은 상해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키신저」 특별보좌관의 임으로 되풀이됐다.
즉 비밀흥정은 없었다는 것이다.
관측자들이 볼 때 이번 정상회담의 기본적인 결과는 양국이 직접적인 대결이나 간접적인 도발행위를 않겠다는 협정의 조인이었다. 그리고 양국간의 쌍무 관계에 있어서는 토대를 쌓고 확대시키려는 노력에서 약간의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오늘의 당면한 폭발적인 문제들, 즉 월남과 중동문제에 관하여는 어떤 결정적인 합의도 이루지 못했다.
중공문제에 관하여는 「브레즈네프」와 「닉슨」, 어느 쪽이 북경 쪽으로 얼굴을 돌렸는가에 따라서 상을 찌푸리기도 하고 미소를 던지기도 했지만 대 중공관계에 있어서 미·소 두 지도자가 어떤 이야기를 주고 받았는지에 대하여 밝혀주는 문장은 성명 속에 한마디도 없었다. 「크렘린」이 「닉슨」과의 정상회담을 원했던 이유중의 하나는 중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침묵에 대한 설명은 하나도 없었다.
침묵 속에서 그냥 지나쳐버린 핵심문제는 이것뿐이 아니다. 공동성명은 한달 이상 계속되어온 월맹군의 대공세, 「하이퐁」항의 기뇌부설, 「하노이」지역에 대한 폭격, 소련의 대 월맹 무기 공급 문제, 「수에즈」운하의 재개통문제 등 중요 현안문제에 관하여 한마디도 언급이 없었다. 일반적으로 이 모든 문제들은 양 지도자가 앞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서약한 사실에 대해 의심을 품게 하는 문제들이다. 그러나 현재로 보아 미·소 관계 기본원칙 선언은 처음으로 양국관계에 법적 근거를 제공했을 뿐 아니라 이 문서내용의 지극히 일반적인 형식에도 불구하고 양서명국들을 어떤 뜻에서는 구속했다.
쌍무적인 관계개선에 바탕을 둔 국제윤리준칙의 형태를 취한 이 문서는 지금까지 세계의 경찰 역을 맡아온 미·소 양국에 앞으로 적용되게 됐는데 이는 양측이 다같이(특히 소련) 원하지 않는 굴레이다.
공동성명은 이보다 더 실망을 안겨주었다. 공동성명에서, 이미 잘 알려졌거나 정상회담 과정에서 공개된 양측입장의 재확인이상의 것을 발견하려고 문맥의 미묘한 「뉘앙스」를 깊이 있게 분석해도 잘 알 수 없다.
「인도차이나」와 중동문제에 관한 부분은 정신적인 사기다. 군축과 「유엔」에 관한 짧은 문장들은 얼핏보아 별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 같다. 「유럽」문제의 경우 서독의회에 의한 독·소 조약의 비회을 배경으로 생각할 때 그렇지 않다.
그러나 「유럽」안보회의 소집과 상호균형 감군에 대해 양국이 표명한 청신호는 『신중한 준비작업』이라는 유보적 문장과 조건부의 분위기 때문에 엉거주춤한 듯하다.
어떤 제3국의 이익도 해치지 않겠다고 공언한 「모스크바」정상회담은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고 공동성명은 지적했다.
쌍무 문제에 관한 일부 긍정적 결과는 공동성명 문맥 속에 뚜렷이 나타나있다.
정상회담이 실제로 이루어졌고 「닉슨」미국대통령이 29일 미소를 지으며 「모스크바」를 떠나는 한편 소련지도자들도 어색한 대로 같이 미소로 응했다. 그러나 그 미소의 뜻을 외교문서들은 적절히 표현해주지 못했다. 【AFP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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