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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랜베리, 요로감염 예방·재발 억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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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지난달 8일 오전 11시 미국 위스콘신 주(州)의 작은 마을 크랜무어(Cranmoor). 이곳 크랜무어사(社)의 약 5000㏊(헥타아르, 약 1500만평)에 이르는 광활한 농장에선 빨갛게 익은 크랜베리들이 물 위에 둥둥 떠 있어 장관을 이뤘다. 덩굴 식물인 크랜베리는 모래가 깔린 재배지(marsh)에서 낮게 자란다.

수확철인 9∼10월엔 재배지에 물을 가득 채워 넣는다. 재배지에 물을 10∼15㎝ 채운 뒤 갈퀴가 달린 기계를 이용해 빗자루로 쓸듯이 거둬들이기 위해서다. 크랜무어사 벤 레진 대표는 “재배지에 물을 채우면 더 온전한 상태의 크랜베리를 더 쉽게 수확할 수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기자는 방울토마토·앵두처럼 붉은 크랜베리 두 개를 깨물어 봤다. 쓰고 아린 맛이 강하게 느껴져 뱉어내고 말았다. “맛이 써야 약이 된다”고 했던가. 동양의 ‘식약동원’(食藥同源, 음식과 약은 근원이 같다는 의미)의 의미를 알 턱이 없는 미국인들도 크랜베리는 약으로 간주한다.

 미국인에게 크랜베리는 ‘천연 항생제’로 통한다. 방광염·요도염·신우신염 등 요로감염을 예방하고 재발을 억제한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발표돼서다.

 요로 감염은 재발률이 25%에 달하는 고약한 병이다. 약 90%가 대장균 감염이 원인이다. 미국 롯거스대학 영양학자 에이미 하웰 박사는 “요로 감염으로 진단 받으면 항생제 대신 크랜베리부터 찾는 사람이 많다”며 “과거 미국 인디언도 소변이나 요도에 이상이 생겼을 때 크랜베리를 날로 또는 말려서 먹었다”고 말했다.

 크랜베리에 함유된 떫은 맛 성분인 프로안토시아니딘(타닌의 일종)이 대장균 등 유해세균들이 방광세포에 달라붙는 것을 방해해 예방·치료 효과를 나타낸다는 것.

 크랜베리는 위궤양·위암 예방에도 이로울 것으로 기대된다. 위·십이지장궤양과 위암 발병 원인중 하나인 헬리코박터균이 위점막이나 상피세포에 달라붙는 것을 억제한다는 이유에서다.

 크랜베리의 붉은 색은 껍질의 색소 성분인 안토시아닌과 라이코펜의 색깔이다. 안토시아닌·라이코펜은 노화의 주범인 활성산소를 없애는 항산화성분이다. 유럽에서 미 대륙으로 건너 온 이주민들은 크랜베리의 꽃이 북미 두루미의 머리와 닮았다고 여겨 크랜베리라고 명명했다. 신선한 것은 가을 몇 달만 맛볼 수 있다. 대개는 말리거나 주스를 만들어 먹는다.

 하웰 박사는 “크랜베리의 하루 적정 섭취량은 원액 25∼27% 등 주스의 경우 240∼300㎖(건조 크랜베리 40g, 크랜베리 분말 250∼300㎎, 프로안토시아니딘 36∼72㎎)”라고 제시했다. 크랜베리엔 신장 결석의 원인 중 하나인 수산이 소량 들어 있으므로 신장 결석 환자는 섭취를 제한하는 것이 좋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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