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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힐 듯 잡히지 않는 정상…용문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용문산. 잡힐 듯 하면서도 그렇게도 정상 정복이 힘든, 서울을 중심으로 한 「알피니스트」에게 더없이 좋은 명산이다.
해발 1천1백57m의 정상을 중심으로 남쪽으로 백운봉, 동쪽으로 산험리 계곡의 어느 「코스」를 잡는다 해도 입김을 헉헉대며 숨을 몰아 쉬어야만 하는 험난한 「코스」로 시종된다. 서울에서 약75㎞ 하늘을 찌를 듯이 치솟아있는 거목들 사이사이에 용문사·사나·상원암·용각바위·선녀바위·중원폭포 등이 근엄하게 자세를 굳혀 용문산은 관광을 겸한 등산 「코스」로도 이름나 있다.
청량리역에서 1백5원짜리 기차표를 사들고 열차에 들어서면 기차 안에는 예봉산·운길산·용문산·치악산행의 등산객으로 초만원, 한강을 오른쪽으로 끼고 1시간 가량 달려 경기도 양평군 용문역에 이르면 깎아지른 듯한 용문의 산 자가 눈앞에 다가선다.
1인당 60원을 내야 하는 「마이크로버스」로 용문사까지 오는 동안 얼굴을 익힌 1일 「코스」등산객과 2일 「코스」등산객들도 여기에서 길을 달리해야 한다.
1일 「코스」는 용문사∼용호를 거쳐 하산하게 되나 2일 「코스」등 산객들은 상원암·윤필암터로 발길을 옮기기에 숨돌릴 사이도 없다.
「캠프」지로는 상원암이나 윤필암터가 적당하나 능선에 식수가 없고 산정이 통행금지 구역인게 흠.
그러나 저녁을 마친 후 「기타」줄을 매만져도 운치가 있어 좋고 불가에 귀의한 나말의 마의태자가 태자복을 걸어 놓았다는 전설이 담긴 은행나무 공손수가 지호간으로 옛님들의 발자취를 되새길 수 있어 더욱 좋다.
하루의 「캠프」를 마치고 산험리의 오계·용계 등 두 가지 「코스」중 택일하여 하산할 수 있지만 등산을 마쳤다는 내킨 기분으로 「산의 분노」가 생겨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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