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아 분리 교육의 문젯점|박준희·이성진 두 교수의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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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69년 중학교 무시험 입학 제도가 실시된 이래 중학교간의 평준화는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고는 하나 학생들의 학습 능력차가 크게 나타나 새로운 문제가 되고 있다. 학습 능력이 현저히 뒤떨어져서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수업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들 「학습 지진아」 문제가 이처럼 대두되는 것은 교사가 수업하기 힘들다는 것뿐만 아니라 정상 아동들이 방해를 받아 우리 나라 중등 교육이 질적으로 낮아질 염려가 있다는 것 때문이다.
이 「학습 지진아 현장」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진아를 나누어 반 편성을 하자는 주장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이즈음 「여성 문제 연구회」는 지난 20일 상오 10시 미국 공보원에서 30여명의 주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지진아 분리 교육의 문젯점이라는 주제 아래 박준희 교수(이대·인간 발달 연구소장)와 이성진 교수(서울대 사대·행동 과학 연구소)를 강사로 「세미나」를 가졌다.
『지원자 전원이 입학되는 현행 무시험 진학으로 중학생의 수는 증가한 데 비해 국민학교 교육은 나태해져 개개 학생간에 보다 격심한 능력차가 생겨난 것』이라고 지적한 박준희 교수는 전체 중학생의 약 15%로 추정되는 학습 지진아(정신 박약아가 아니라 학습 발전이 더딘 아동)문제는 적절한 지도가 마련되지 않으면 지진의 상태가 해결되지 않을 뿐 아니라 더 심각해진다고 설명했다.
즉 지진아는 지적 수준이 낮을뿐더러 『나는 열등하다』고 하는 심리가 작용하므로 정상 아동보다 특별히 학습 지도를 해야 하는 것은 물론 생활 지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개별 지도가 바람직하지만 금년에 입학한 중학생 중 약 14만 명의 학생, 즉 2천 학급의 학생이 지진아에 해당되는 현 실정에서, 더구나 우리 나라의 경제적·사회적 여건을 감안할 때 특별 훈련을 거친 교사가 한 학급에 20∼30명의 학생만을 수용하여 지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지진 아동을 특별히 지도하기 위한 방안으로 『능력별 편성에 의한 「향상 학급」과 과목별로만 능력에 따라 편성하는 「협력 학급」을 두도록 제안한다』고 밝힌 박 교수는 지난해 전국 24개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향상·협력 학급」의 학생 중 80%이상이 석차가 올랐다고 말했다.
이성진 교수는 학업성적을 기준으로 우수 학생과 열등 학생을 구분하는 우·열반 편성은 능력이 각기 다른 아동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한가지 방법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모든 아동이 동등한 교육 기회를 갖자는 민주주의 교육 이념에 어긋난다』고 주장하며 우·열반 제도의 난점을 말했다.
첫째 지진아는 특수한 개인 지도가 따라야만 향상이 가능하므로 전문적인 시설이 필요하며 학생 수도 30명을 넘어서는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것이다.
둘째 지진아는 열등반에 배치됨으로써 『열등생』이라는 「레테르」가 붙게 되고 따라서 자기 비하에 빠져 노력하기보다는 『나는 왜 이런가?』라는 반문에 싸이게 된다. 세째 우등반에 속한 아동은 태만하게 되어 실력이 떨어지기 쉽고 열등반 아동들의 학습 진보는 더디므로 전체 교육 수준이 낮아질 위험이 있다.
네째 특수 교사가 없는 한 특수 학급은 그 목적을 이룰 수 없다.
더구나 『지진 아동들이 우수생에게서 말하는 방법이나 사고 방법을 배울 기회를 빼앗기게 되어 지진 상태가 개선되기 어렵다』고 이 교수는 말했다.
그러나 두 교수는 『학습 지진아 문제는 학교와 가정 교육에서부터 누적되는 것이므로 국민학교 교육이 보다 중요하다』는 데 일치했다. <박금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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