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슨 방소… 이해국의 표정|북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22일 「닉슨」 미대통령의 「모스크바」 도착 전야를 맞아 월남 전선은 소강 상태에 들어갔다. 그것이 월맹측의 자제를 뜻하는지 또는 대공세를 앞둔 전열 정비를 뜻하는지는 분명치 않다. 여하튼 배경과 「하노이」에서는 불안스러운 표정들이 역력히 나타나고 있다. 한편 「모스크바」에서는 「닉슨」을 맞기 위한 미화 작업이 한창이다. 「닉슨」방소 전야를 맞아 이 역사적 방문에 긴박한 이해관계를 가진 월남전선, 「하노이」와 북경, 「모스크바」의 표정을 살펴본다. <외신부>
북경 방송은 21일 호북성의 한 농부가 기고한 기사를 인용, 『미제국주의자와 소련 수정 주의자들은 아직도 세계를 양분하려는 꿈을 꾸고 있다』고 방송했다. 한편 「시리아」 외상 「압델·할림·카담」씨를 위해 베풀어진 연회장에서 중공 부수상 이선념은 『월남전이 어떤 형태를 취하든 중공은 「인도차이나」 인민을 결연히 지원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닉슨」의 「모스크바」도착을 하루 앞두고 나은 이 두 가지 보도 속에는 「닉슨」의 방소가 전언 언급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 주목되고 있다. 이는 지난 2월 「닉슨」 이 북경을 방문했을 때 소련이 취한 것보다는 약간 강경한 반응이지만 역시 표현상의 차이 이상의 것은 아닌 듯 한 인상을 주고 있다.
한가지 주목을 끄는 것은 중공측이 북경 주재 소련 대사 「톨스티코프」를 불러 『월맹에 물자를 보냄에 있어 지상 통로 이용도를 높이는 것은 미국의 월맹 해안 봉쇄를 승인하는 뜻을 갖기 때문에 중공은 이를 반대한다』는 뜻을 전했다는 동구측 외교관들의 전언이다. 이와 같은 태도 표명이 사실이라면 이는 암시적으로 소련은 미국의 기뢰를 제거할 만한 해군력을 갖고 있으면서 그렇게 하지 않은데 대한 힐난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월맹 봉쇄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소련과 중공이 눈에 뛸 정도로 접근했다는 일부 보도에도 불구하고 북경의 이와 같은 움직임은 「닉슨」의 「모스크바」 방문을 중공 지도자들이 얼마나 경계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북경AFP=본사특약】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