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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모르는 도시의 초·중·고생들|매미 못 본 국민교생이 30%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서울·부산 등 대도시의 초·중·고교 학생들이 주위를 둘러싼 「콘크리트·정글」로 자연과 격리되어 관찰과 채집·실험·실습본위로 해야 하는 생물 등 자연 과학 과목이 도상 학습에 의존, 교과 실정의 본래 취지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학교의 경우는 매미를 못 본 어린이가 반마다 평균 30% 이상이고 중학교에도 상당수가 있으며 올챙이에서 개구리가 되는 것을 관찰 못한 학생도 태반. 이는 도시의 거대화로 야외 교육의 기회가 어렵게 되고 또한 개구리·매미·잠자리 등 곤충이 줄어 교재로서 구하기 어려운데 원인이 있는데 이 경향은 앞으로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어 일선 교사 등이 과학 교육의 위기라고 걱정하고 있다.
도심지 중학교의 학생들은 개구리의 해부마저 제대로 못하는 실정인데 이에 겹쳐 각 학교가 안전 사고·잡부금 등의 부작용을 우려, 소풍·수학 여행의 기회마저 줄어들어 자연과의 격리 현상은 더해가고 있다.
서울의 경우 말죽거리 등 변두리 몇 개 학교를 제외한 대부분의 학교는 이른바 「필드·트립」을 못해 교실 안에서 「밸런스」가 깨어진 생물 학습을 하고 있다.
문교부 시간 배당 기준령에 따르면 생물 시간을 중학교는 l주에 l∼2시간씩, 고교는 필수로 1주에 3시간, 선택 3시간 등 생물 과목에 많은 시간이 배정되어 있고 교과 내용으로 봐 배정 시간의 40%가 실험과 관찰이 뒤따르게 짜여져 있다.
그러나 야외 학습의 기회가 없어 교사들이 「슬라이드」나 괘도를 통해 설명에 그치고 있다.
서울 시내 중심지에 있는 B·S·K고교의 경우 생물 시간에 과학 교실에서 현미경 등을 통해 식물의 생김새와 십이지장충 등 기생충의 모양을 설명하고 있으나 10년 전만도 흔하던 매미·참새·잠자리·메뚜기·방아깨비·물뱀 등은 최근에 들어 구하기가 어려워 일부 학생들은 메뚜기의 산 모양마저 본 일이 없어 메뚜기가 어떻게 숨을 쉬느냐고 많이 질문한다고 교사들은 말했다.
이 같은 실험 재료 빈곤을 이용, 최근 서울 시내 일부 상인들이 해부용 개구리, 꽃눈 관찰에 필요한 갖가지 꽃을 갖춰 비싼 값으로 팔고 있으나 생물 시간마다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구입해 오라고 강권할 입장도 못 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교사들은 방학을 이용, 학생들이 식물과 곤충 채집을 숙제로 하고 있으나 숙제를 해 오는 학생이 절반 정도.
생물 교사들은 『생물 교육은 실물 위주와 발견 및 탐구 학습이 위주가 되어야 하는데 이것이 불가능한 현재 교과 과정의 대폭 수정이나 과학 기재·표본 등을 크게 늘리거나 학급별로라도 교외에 나가 실습을 하는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야외 관찰의 기회가 될 소풍도 크게 줄어 서울시 교육 위원회의 집계에 따르면 시내 2백31개 국민학교의 30%에 이르는 72개교가 봄철 소풍 계획을 취소했으며 중학교는 1백75개교 가운데 10%인 18개교만 수학 여행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등학교도 1백25개교 가운데 수학 여행을 간 학교는 34%인 41개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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