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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95억원 … 오승환, 이대호를 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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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프로야구 최고의 마무리 투수 오승환(31·삼성)이 일본의 명문팀 한신으로 이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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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과 한신은 22일 오승환의 이적에 합의하고 2년 최대 9억 엔(약 95억원)의 계약조건을 발표했다. 계약금 2억 엔, 연봉 3억 엔, 성적에 따라 연간 5000만 엔의 인센티브가 추가된다. 이대호(31)가 오릭스에서 2년간 받은 7억 엔(2012~2013년)을 뛰어넘는 액수다. 아울러 한신은 이적료 5000만 엔을 삼성에 지급하기로 했다.

 올 시즌을 마친 뒤 해외진출 자격을 얻은 오승환은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도 고려했다. 한 메이저리그 전문가는 “오승환이 미국에 진출할 경우 2년 총액 1000만 달러(약 106억원) 정도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달러와 엔화의 환율이 거의 같아 미국이 제시할 조건도 나쁘지 않다”고 예상했다.

 오승환은 일본을 택했다. 선동열(1996~99년·주니치)·임창용(2008~2012년·야쿠르트) 등처럼 마무리 투수는 일본에서 성공할 확률이 높다. 미국으로 간다면 확실한 보직을 보장받기 어렵고, 젊은 투수들과 경쟁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이대호가 미국보다는 일본 내 다른 팀으로 이적할 가능성이 높은 것도 같은 이유다.

 일본 야구가 선수들의 마음을 끄는 이유가 더 있다. 비슷한 규모의 연봉 계약을 해도 실수령액은 미국보다 일본에서 받는 돈이 훨씬 많다.

 미국은 개인소득 연 40만 달러 이상의 납세자에게 소득세 39.6%를 부과한다. 여기에 각 주별로 주세가 따로 붙는다. 류현진(26)의 소속팀 LA 다저스가 있는 캘리포니아주는 가장 높은 13.3%의 세율이 적용된다. 올해 연봉 250만 달러(약 27억원)를 받은 류현진의 실수령액은 약 130만 달러(14억원) 안팎일 것으로 추정된다.

 오하이오주(주세 6.23%) 클리블랜드와 신시내티에서 뛴 추신수(31)는 “연봉 중 세금이 45%, 에이전트 수수료 5%, 매니지먼트 비용 3%가 나간다”고 밝힌 적이 있다. 특정 지역(구단)에 속할 필요가 없는 미국프로골프(PGA)의 고소득 선수들은 세금을 줄이기 위해 텍사스주에 많이 산다. 텍사스주와 워싱턴주 등은 주세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PGA에서 활약하고 있는 최경주(43)와 양용은(41)도 텍사스에서 살고 있다.

 일본은 1억 엔 이상의 소득자에게 53%의 세금을 부과하지만 외국인 선수에겐 꽤 후한 세금 혜택을 준다. 일본에 취업한 첫 해와 2년째까지는 20%, 3년 이후엔 25%의 세금만 납부한다. 한국 선수들도 일본에선 외국인 선수이기 때문에 미국에 비해 절반 정도의 세금을 낸다.

 오승환이 내년 연봉 3억 엔 중 20%를 세금으로 내고 2억4000만 엔(약 25억원)을 받게 된다. 만약 미국에서 연봉 300만 달러를 받기로 했다면 실수령액은 180만 달러(19억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뿐만 아니라 일본 구단들은 외국인 선수에게 집과 자동차 등을 추가로 제공하기도 한다. 모든 비용을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미국보다 선수에게 훨씬 유리한 구조다.

 한국 프로야구 선수들은 사업소득자로 분류, 3.3% 원천징수한 뒤 필요경비(자동차·장비 등)와 소득공제분을 뺀 과세표준액을 기준으로 세금을 낸다. 4600만~8880만원은 25%, 8800만~3억원은 35%, 3억원을 초과하는 경우는 38%의 세율이 적용된다. 국내 최고 연봉 선수(2013년 15억원)인 김태균(31·한화)은 4억~5억원 정도의 세금을 내는 것으로 계산된다.

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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