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상환 위한 차관 도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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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침체된 경기를 회복시키고 기업의 재무구조를 개선시키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현금화할 수 있는 외자를 도입하여 그 대전으로 차관기업의 원리금상환을 지원하고, 나머지 일부는 내국세 조기 징수를 중지함으로써 생긴 세입 부족분을 보전하려하고 있다한다.
이러한 기본 전제하에 당국은 이미 미국 및 일본과 차관도입문제를 교섭한바 있다하며, 그 일부는 이미 납속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늘의 불경기가 차관원리금상환압박과 국제수지역조에 따른 수입억제에 기인되는바 크다는 점에서 당국의 구상은 단기적으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자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즉 현금화할 수 있는 차관을 얻어 옴으로써 수입량을 늘리는 효과와 내자공급효과를 다같이 노리자는 방안이라 하겠으며, 그러한 방안을 실행한다면 단기적으로 국내불황을 일시 연기시키는 효과는 크다할 것이다.
그나 이러한 단기시책이 합리화되려면, 적어도 다음 몇 가지 기본적인 전제가 충족되어야 할 것이라는 데에도 이론의 여지가 없다.
첫째, 단기적인 불황의 연기로 경제적인 체질개선이 이룩될 수 있다는 가정이 성립되어야 할 것이다. 즉 일시적인 난국의 해소로 경제체질이 충분히 건강을 회복할 수 있을 만큼 강화되어 반복적인 구제조치가 필요 없어야만 구제차관이 합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일 오늘의 경제체질이 반복적인 구제조치 없이는 유지될 수 없을 만큼 허약한 것이라면, 당국이 구상하는 방법 경제적 모순을 더욱 심화시킬 뿐일 것임을 주의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경제의 체질이나 구조적 특징을 분명히 규정하지 않고 그러한 구상을 추진하는 것은 큰 모험이 따르는 것이 아닌가를 깊이 검토해야할 것이다.
다음으로, 당국의 구상이 합리화되려면 원리금 상환조의 추가융자를 받음으로써 기업의 생산성이나 경제성이 앙양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미 들여온 차관의 원리금조차 부담하지 못할 정도로 재무구조가 악화되어있는 기업에 그 대불조로 추가융자를 해준다면, 그 기업의 자금사정은 호전되지 않는 대신, 부채비율만 높아지고 그만큼 금리 부담률도 높아질 것이다. 사리가 그와 같다면, 대불기업에 추가여신을 해주는 일은 기업의 장기적 부실화를 촉진시키는 이외의 무슨 효과가 있겠는지 깊이 생각해야하겠다.
끝으로, 경기후퇴가 상당히 진행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차관대불을 지원할 때, 투자율이 높아질 수 있느냐하는 점을 분명히 해야만 경기회복 효과가 판명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당국의 구상은 그것이 실천에 옮겨졌을 때, 투자유인이 회생될 수 있다는 전제가 충족되어야만 비로소 합리화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투자유인이 쉽게 회복될 수 있다는 전망을 세우기는 힘들다 하겠으며, 때문에 그러한 조치로 지속적인 경기회복을 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 국제수지사정으로 보아, 경기대책을 위한 차관도입을 꼭 해야하는지도 의문의 여지가 있는 것이므로 당국은 경기문제만 고려해서 이 문제를 다루어서는 아니 되겠음을 강조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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