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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당유적·송파 고분군 발굴 계획-「알기·찾기·가꾸기」시범될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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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최근 팔당「댐」이 수몰지역의 유적과 영동지구개발에 따른 고분군의 적신호는 문화재 보존 및 역사적 유적의 연구에 커다란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학계는 팔당「댐」이나 영동지구가 서울의 근거리에서 수 개년에 걸쳐 진행되고있는 대대적인 공사이고 특히 그런 지역이 주요 유적지로 주목돼 온 곳임에도 완공 단계에 이르도록 방치해왔다는 점에서 이에 관한 제도적 규정이 선행돼야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팔당「댐」으로 말미암아 물에 잠기게된 양평지구는 초기 철기시대부터 구석기시대에 이르는 강변유적. 금년 말부터 「댐」에 물을 넣기 시작하면 침수될 것인데 이제 그 시굴이라도 해봐야하지 않겠느냐고 서두르고있는 형편이다. 시공하는 한국 전력 측은 그 지역에 지정문화재가 없고 또 문공부로부터 유적에 관한 통고가 없기 때문에 『우리는 모른다』는 대답이다.
문화재 관리국으로선 「댐」이 착공 된지 지난 6년 동안 미처 거기까지 손이 돌아가지 않아 기초조사조차 못했다는 것이고 각 대학의 답사 활동만을 기대했다는 변명이다.
또 서울 교외의 한강변 송파 일대는 벌써부터 도시 인접의 개발대상지역이다. 뚝섬대교가 미구에 개통되면 광주대단지로 뚫리는 고속도와 한강 외곽의 순환도로가 교차하기 때문에 인근지형이 일대 변혁을 일으키고 있다.
그런데 이 지역은 암사동 신석기시대 유적·백제시대 아차성(워커힐 뒷산)·사성·납남리 토성 등과 직결되는 삼국초기의 백제도읍지. 흙 속에 묻혀있는 하나 하나의 유물과 유구가 아직도 미지수로 남아있는 당시 문화를 규명하는 산 사료가 된다. 그 중에도 고분출토 유물은 연대측정과 문학의 성격을 밝히는 척도인데, 바로 송파 일대의 구릉이 도읍지 주민의 고총으로 가득 차 있다. 그 중엔 부족장 내지 왕릉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마저 없지 않아 학계는 오랫동안 주시와 탐색을 해왔다.
이러한 주요 유적지지만 이곳을 개발하는 서울시 당국자는 역시 『우리가 문화재를 알아야지』하는 정도로 관심밖에 두고 있다. 문화재관리 당국은 이번 「불도저」로 깎아버리는 구릉지대가 도로 혹은 단지 조성지에 포함돼 있지 않아서 공사 사실을 몰랐다는 해명이다. 즉 이 구릉은 도로에 흙을 쌓기 위해 금년 초부터 채토장으로 깎는 것이다.
이 지역 고분군의 다른 일부는 그동안 문화재관리국에 의해 1차 조사된 바 있다. 그러나 성동구 방정동∼송파동 사이의 구릉고분군은 실제 조사된 바가 없으며 극소수의 학자들에 의해 확인되고 있을 따름이며 그 고분의 구조상 「불도저」로 밀어 낼 때는 유적의 흔적조차 모르는 채 파괴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지난 4일 문화재 관리국은 이 구릉의 고분들을 우선 발굴, 수습할 계획임을 뒤늦게 발표했다. 물론 그 발굴비는 서울시가 부담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보다 광범한 유적지를 갖고 있는 양평 수몰지역에 대해서는 극히 미온적인 태도이다. 문공부 장관은 팔당「댐」저수지 변이 유원지로 개발될 것이므로 선사주거지의 본보기를 발굴·복원해 놓음으로써 노천의 소 박물관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한다. 하지만 실제 그 본보기를 찾는 발굴작업은 계획마저도 확고하지 않다.
한전 측은 경기도에 설치된 대책위에 책임을 떠밀고 있으며 문화재 관리국은 수백만 원의 예산을 염출할 수 없다고 난색을 표명하고있는 것이다. 그래서 학계는 『구차스러운 일』이란 전제아래 외국재단에 발굴비를 간청하고 있는데 분명한 전망이 없어 조바심이다. 즉 대학의 조사반이 발굴에 나서려면 기간이 여름방학동안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시공자가 역사적 유적에 대해 어떠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는 법적 규제가 우리나라엔 없다. 문화재 보호법에 의하면 유물·유적의 발견 시는 신고해야 하지만, 『몰랐다』고 하면 결국 그만이다.
오히려 그러한 신고는 공사를 지연시키기 십상이므로 아예 묵살하는 게 공사장의 허다한 사례이다.
외국에서는 이러한 은폐를 미연방지하기 위하여 문화재 관리당국과 공사허가관서와 긴밀한 유대를 맺고 있을 뿐 아니라 지방조례로서 공사비의 1%∼3%를 시공자로 하여금 은행에 예치하도록 조처하고 있다. 그것은 유적이 불시에 드러났을 때를 위한 대비이며, 그 이상의 비용이 나게되면 국고로 충당하는 것이다.
이에 준하여 우리나라에서도 경주의 고속도로·포항용수지·춘천 수몰지구에서 시공당국자의 부담으로 발굴조사를 베푼바 있으나 막상 어떠한 규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학계나 문화재당국은 이번 팔당「댐」수몰지역 및 송파 고분군 유적의 위기에 직면하여 앞으로 국토개발상의 문화재 보호대책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학계나 문화재 관리국에는 공사 상황과 충분한 예산이 없으므로 적시에 조사작업을 추진할 수 있는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요청이다.
더구나 양평·수몰지구의 경우, 양수리·대심리 일대의 유적은 강변 침수선에 위치하고 있다. 즉 물에 잠기지 않으면 유원지가 돼버려 어차피 파괴되고 말 유적이다. 대부분 모래밭에 깔린 주거지 위에서는 벌써 유원지로서의 개발 준비가 시작되고 있어서 미연에 발굴 조사해야 할 형편인 것이다. <이종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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