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활기 … 10가구 중 4가구 주인 찾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요즘 아파트 경매시장엔 때아닌 봄바람이 분다. 그간 아파트 값이 크게 떨어진 데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경매시장이 북적이고 있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물론 낙찰률(매물 대비 낙찰 비율)이 올라가고 있다.

 부동산 경매 전문업체인 지지옥션 조사에 따르면 지난 8월 77.5%였던 서울·수도권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이 지난달 말 82.5%로 두 달 새 5%포인트 상승했다. 낙찰률도 40% 선을 유지하고 있다. 경매에 나온 아파트 10가구 중 4가구는 주인을 찾는 것이다.

 아파트 경매시장에 사람이 몰리는 이유는 시세보다 싸게 집을 사기 위해서다. 경매에 나온 물건은 감정가로 가격이 정해진다. 감정평가기관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개 감정가는 시세의 80~90% 선에 책정된다. 낙찰가율이 100%라도 시세보다 저렴한 셈이다.

 경매 횟수가 거듭될수록 가격은 더 싸진다. 서울의 경우 유찰될 때마다 최저 가격이 20% 깎이고 수도권은 지역에 따라 20~30% 싸진다. 예컨대 감정가 2억원짜리 서울 아파트가 첫 경매에서 유찰되면 두 번째 경매에선 최저 가격이 1억6000만원이다. 세 번째는 1억2800만원, 네 번째는 1억240만원으로 떨어진다. 세 번만 유찰되면 시세의 절반 수준으로 가격이 하락하는 것이다.

 최근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비싼 전셋집 대신 경매시장에서 내 집을 찾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현재 서울·수도권 아파트 평균 전세가율은 60% 선이다. 예컨대 4억원짜리 아파트에 전세를 살려면 전셋값이 2억4000만원 정도 필요한 것이다. 이 아파트가 경매에 넘어갈 경우 예상 감정가는 시세의 90% 선인 3억6000만원. 낙찰가율 66%에 낙찰받으면 전셋값으로 이 아파트를 살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경매로 얼마나 싸게 집을 장만할 수 있을까. 서울·수도권에서는 감정가의 74~84% 선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크기가 클수록 시세보다 싸게 살 수 있다. 지난 10월 법원 경매로 주인을 찾은 서울·수도권 아파트 3023가구 중 5억원 미만에 낙찰된 아파트의 평균 낙찰가율은 84.4%다. 4억원 아파트가 3억3760만원에 낙찰된 것이다. 5억~10억원 미만은 낙찰가율이 79%, 10억~15억원 미만은 75.5%인 것으로 조사됐다. 20억원 이상 아파트는 74.1% 선이다.

 지난달 말 낙찰된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가좌마을 7단지의 꿈에그린 135㎡형(이하 전용면적)은 감정가(7억원)의 58% 수준인 4억499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이 아파트엔 22명의 입찰자가 몰렸다. 경기도 파주시 봉일천리 푸르지오 84㎡형도 감정가(2억7000만원)의 67% 수준인 1억8099만원에 낙찰됐다. 가장 선호도가 높은 가격은 2억~4억원 미만으로, 지난달 낙찰된 아파트의 41.9%를 차지했다. 2억원 미만(27.1%), 4억~6억원 미만(17.9%)이 뒤를 이었다.

 낙찰가율이 오르고 있지만 고가 낙찰은 피해야 한다. 지지옥션 하유정 연구원은 “아직까지 경기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는데 비싸게 낙찰 받으면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반드시 현재 시세를 확인하고 입찰에 나서야 한다. 감정가는 경매에 나오기 3~6개월 전에 정해지기 때문에 그동안 가격이 떨어졌을 수 있다. 전세보증금과 대출금이 집값을 넘는 ‘깡통주택’을 조심해야 한다. 명도가 쉽지 않은 데다 손실 위험이 크다.

최현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