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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공세서 정치공략으로 쾅트리 혁명위 수립한 하노이의 속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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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5월1일 공산군에 함락된 쾅트리성에 베트콩의 「혁명위원회」가 수립된 것은 이번 공세에서 하노이가 노리는 군사·정치적인 목표가 무엇인가 하는 데에 대해 명확한 판단자료를 제공해주었으며 이러한 쾅트리 지역의 사이공 정치권력으로부터의 이탈은 월남 문제 전반의 향방과 이번 공세의 추이를 가름하는 데에 중요한 모멘트를 발단시켰다.
다시 말해 월맹군·베트콩의 쾅트리 시 점령은 그들의 공세가 「공격기」에서 「전략기」로 바뀌는 중요한 분수령이 되었음을 시사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비무장지대 남침으로 시작된 공산군의 공세가 초기 단계에 충분히 쾅트리 등 대도시를 점령할 수 있는 전투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전선을 월남전역으로 확대하는 반면, 즉각 지역 점령을 꾀하지 않은 것은 그들이 목표를 당분간 「공략」에 보다 「공격」에 두어왔음을 알 수 있다.
월맹이 공격기에 전선을 북부·중부·사이공 지방 등 3개 방면으로 분산시킨 것은 미군으로부터 폭격의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월남정부군에 군사적·심리적 타격을 가해 전의를 잃게 한 다음 대도시 점령과 함께 「공략」을 시도하려는 속셈으로도 풀이된다. 미군 소식통들이 월맹군 포로를 통해 수집한 정보에 의하면 월맹은 공세 초기에 이미 쾅트리 함락을 5월1일로 예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이들이 본격적인 「공략기」가 왔을 때 노리는 것은 「실력」과 「여유」를 업은 전반적인 정치공작으로 추정될 수 있다.
쾅트리 함락으로 월맹은 월남군 제1군 관구의 북부 3분의 1을 장악, 사실상 쌍방 분계선은 30km 남방으로 이동됐으며 미국·월남 정부가 입은 정치적 타격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첫째 공세 초기에 장담했던 닉슨의 「월남화 계획」이 실패했음이 드러났고 파리 회담에서의 교섭의 입장이 불리해졌다.
월맹은 이러한 상황 하에서 그들이 앞으로 전개할 「공략기」의 정치적 프로그램을 하나 하나 펼쳐가고 있다. 베트콩은 4일 월맹군이 최초로 강점한 쾅트리 성도에 그들의 정치 기구인 임시혁명정부 주도하의 「감시인민혁명위원회」를 수립, 각 도시에 잠복한 게릴라들에 민중 봉기를 선동할 것을 지령하고 도시 주민 일반에 『결정적인 행동의 시기』가 도래했음을 호소했다.
또한 3일 하노이 방송은 월맹노동당 기관지 난단 지의 사설을 인용, 쾅트리 성을 지배하고 있는 「인민해방무장세력」의 승리를 선언하고 혁명적 전통에 입각한 구완빈 성(비무장지대 북쪽)·쾅트리 성·투아티엔 성(성도 후에) 주민들의 봉기를 호소함으로써 이 지역에 대한 장기지배의 의도를 명백히 했다.
특히 이 사설이 단합을 호소한 3개성에 비무장지대 북쪽에 있는 구완빈 성을 포함시켜 DMZ를 무시한 채 베트콩의 행정조직 설치를 주장한 것이 주목되고 있다.
이 3개성은 54년 제네바 협정 전까지 월맹의 제4군 관구에 속해 있다가 이 협정에 의해 임시 경계선이 설치되자 남북으로 분단됐던 것이다.
작년 겨울 미군이 노획한 월맹 측의 한 비밀문서 속에는 쾅트리·투아티엔 두 성을 자기네 판구에 편입하고 있던 사실을 상기해볼 때 월맹은 이번에 수립한 혁명위원회를 중심으로 베트콩을 가장해 이 지역을 장기지배하고 또 그 지배권을 최소한 후에까지 확장할 것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전략을 수행하는데 있어 공산 측은 교묘한 정치 심리공작을 병행, 무력으로 획득한 땅을 정치적으로 통합하는 수법을 쓰고 있다. 일설에 의하면 월맹군은 이번 쾅트리 함락작전에서도 사전에 피란민을 가장한 여성공작원을 투입, 정치공작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치공작이 월남군의 탈영을 선동하고 전의를 잃게 만들어 월맹군의 진출에 결정적 작용을 한 것이 사실이라면 티우 정권은 앞으로 군사·외교 면의 불리 못지 않게 『인구·영토·행정권』의 3방면에서 죄어 들어오는 베트콩의 정치적 침식과도 대결해야하게 되었다.
한편 앞으로 상당기간 계속될 파리 비밀협상에서 베트콩은 티우가 사임하고 현 사이공 정권의 조직인 경찰·관리 등 일체의 친미적 기구가 폐지되는 선에서 신 정부의 수립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바탕 위에 베트콩이 참여하는 「중립적」 민족화해정부를 수립하여 총선을 치르자는 것이 공산 측의 기본 방침이다. 이렇게 될 경우 이번에 수립된 혁명위원회는 최종 목표달성을 위한 베트콩의 전초기지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대해 미국으로부터는 베트콩이 먼저 휴전에 동의하면 6개월 안에 티우도 참여하는 총선 준비연정에 동의하겠다고 한 공세 결과로 티우 참여가 어렵게 됐을 뿐 아니라 심지어는 그의 「교체설」까지 나올 만큼 미국의 입장은 더 불리해진 이 마당에 미국이 과연 베트콩의 정치·행정조직에 맞세울 만한 비공산 내지 반공산 세력을 어디서 구할 수 있을 것인가가 시급한 문제로 대두될 것이다. <전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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