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과학기술 교환 구체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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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 23일부터 30일까지 일본 동경서 열린 제3회 한일과학기술장관회의 역시 종전과 별다름 없이 조용히 시작되어 조용히 막을 내렸다. 그러나 종전과 다르게 이번 회의는 양쪽이 계획적 조직적으로 시종했고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과제를 다뤘으며 취임 후 처음 참석하는 최형섭 장관이 일본 초조도전대학 금속 야금과 출신일뿐더러 일본과학기술계에 널리 알려져서인지 우리 대표들이 매우 우호적인 대우를 받은 것으로 알러졌다. 이번 한일과학기술장관회의의 성과를 우리측 대표들의 말을 모아 간단히 결산해 본다.
한마디로 한국과학기술장관회의라고 하지만 두 장관의 배경을 이루는 과학기술계의 비중은 너무나 심한 격차가 난다. 정부·민간이 투입하는 총 연구비 하나만 보아도 일본이 약1조2천억 원인데 대해서 우리는 백20억 원이다. 1백대1이다. 따라서 두 나라 장관이 회의에 임하는 태세나 회의에서 나타날 효과를 바라는 희망부터 다를 것이라는 것은 새삼스럽게 지적할 것까지도 없다.
여기에서 우리 나라에선 주로 일본과의 공동연구 문제에 역점을 두고 있고 일본은 한국과학기술계의 실정을 다각도로 파악해 보는데 중점을 두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공동연구 문제에서 특히 중점적으로 다뤄진 분야는 재료연구에 관한 건이었다. 제3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수행하는데 있어서 각종 공업재료의 국산화 문제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엔 이화학연구소의 액체결정연구 등 우리 나라의 관심을 끌만한 것이 많다.
그곳 연구자를 부르거나 이곳 연구자를 보내거나 해서 빨리 그 기술을 마스터한다면 우리 산업계에서 쓸 수 있도록 개발하는데까지의 기간을 크게 앞당길 수가 있다. 대략 7개 테마에 대해 연구자금은 과학기술처기금으로 내고 연구는 한국과학기술연구소에서 맡아 재료의 국산화 문제를 중점적으로 추진시키게 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그리고 우리 나라에선 거의 황무지를 이루고 있는 정밀기계의 설계와 재료가공 분야의 기술자 훈련을 위해 일본은 10여명을 받아들여 그쪽 비용으로 기술을 마스터 시켜 줄 것을 약속했다고 한다.
또한 원자력이용에 관한 기술협력, 농업(주로 토양개량)에 관한 기술협력, 전파과학(전층연구)에 관한 기술협력 등도 진지하게 토의됐다고 한다.
물론 우리 나라에서 그쪽 기술과 협조를 얻는 문제가 주로 다뤄졌지만 우리 나라에서도 모나자이트의 자성재료연구 문제 같은 것은 그쪽에다가 기술을 제공할 정도로 높은 수준에 있기 때문에 앞으론 그와 같은 그쪽을 도와줄 수 있는 우리 기술을 많이 찾아낼 것이라고.
회의 때 논의된 것이 흐지부지 안 되도록 이번에 결정된 사항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나를 상호간에 수시로 체크해 나가는 동시에 73년에 한국서 열릴 제4차 회의를 보다 효과 있게 하기 위해서 회의 전에는 실무자 회의를 열기로 합의했다고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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