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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배 대회 결산|고교야구의 평준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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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3연패의 꿈」을 끝내 실현한 경북고는 4「게임」을 치르는 동안 공수의 「플레이」와 「그라운드·매너」는 대통령배의 권위에 부응하기에 충분할 만큼 완벽했다.
작년에 비해 두드러진 「슬러거」(장타자)가 없고 타격이 다소 떨어진 아쉬움이 남았으나 황규봉(경북) 과 정순명(충암) 등 「에이스」투수의 대두와 각지방의 실력이 비교적 평준화되어 지도자에게 보람과 용기를, 선수들에겐 신념과 확신을 갖게 했다.
우수선수를 많이 졸업시켜 작년처럼 화려한 전적을 기대하지 못했던 경북고가 막상 대회를 열고 보니 역시 막강, 착실한 훈련과 승리의 집념으로 연패의 꿈을 실현시킨 것과 「팀」창설 3년에 불과한 충암이 패권에 도전한 사실, 온갖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피나는 훈련 끝에 폭발력 있는 타선을 자랑하게된 전국대회 처녀출전의 철도고 등, 이 모든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특히 작년에 두각을 드러낸 군산상도 많은 졸업선수를 잃고도 8강의 대열에 끼어 선전했고 21년만에 중앙의 전국대회에서 강호 대구대건「팀」을 물리친 광주일고의 「파이팅」 등은 야구재건이 아쉬운 호남의 「호프」로서 고무적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예선과 본선과정에서 서울세엔 「뉴·페이스」인 충암과 철도가 전통의 선린·성남·경동·동대문상 등을 꺾고 일약 강호로 등장한 것 등은 고교야구가 어느 해보다도 더한 평준화의 길을 걷고 있음을 말해준다.
대회의 기록을 검토하면 작년에 비해 투수진이 고르고 충암의 정순명과 경북의 황규봉이 호투한 탓도 있지만 타격은 약간 위축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경북은 「팀」타율 2할4푼5리로 8강 중 철도(2할5푼5리)에 이어 2위를 차지했으나 평균득점 9.5점으로 1위를 누려 「찬스」에 강함을 보여주었다.
준우승한 충암은 「팀」타율이 1할2푼3리로 8강 중 7위에 머무르고 있으며 평균득점도 1.75로 경북고와 크게 뒤진다. 그러고도 준우승까지 한 것은 준결승까지 완투하면서도 무실점을 기록한 정순명 투수의 건투 때문.
경북의 황규봉은 방어율「제로」로 방어율1.25의 정순명에 앞선 기록으로 우수투수상의 영광을 차지했지만 투구횟수가 23회 3분의2, 투구수 2백92인데 반해 정순명은 36회를 완투, 투구수도 5백29로 「릴리프」없이 고군분투한 것을 감안하면 결승전에서 자책점 5점을 범함으로써 방어울1.25개가 된 것으로는 황규봉과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실력을 보였다고 하겠다.
정순명은 특히 타격10걸 중 6위의 실력도 보유하고 있어 과중한 부담이 선수를 해칠까 두려워하는 인사들이 많다.
대회를 관전, 결승전에서 지면서도 끝까지 모범적인 응원을 편 충암고 응원단과 29일 준준결승에서 경북에 지고도 「스탠드」를 말끔히 청소한 인천고 응원단의 모범적인 선행도 본 대회가 남긴 업적중의 하나가 됨에 틀림없다. <조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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