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손해보험 새 주인, 금융지주사? 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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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다음 달 본입찰을 앞둔 우리투자증권 민영화에 돌발변수가 생겼다. LIG손해보험과 동양증권이 우투증권에 버금가는 매력적인 매물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시장의 관심이 LIG손보·동양증권에 쏠릴 경우 우투증권 매각 열기가 크게 식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LIG손보와 동양증권은 계열사의 법정관리 때문에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구자원 LIG그룹 회장은 19일 LIG건설 기업어음(CP) 투자자 원리금 변제를 위해 LIG손보 지분 전량(20.96%)을 팔겠다고 밝혔다. 동양증권은 최근 비공식적으로 국내외 금융사와 사모펀드에 매각 의사를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IG손보는 업계 4위로 상반기 1000억원 이상의 흑자를 낸 알짜 회사이고, 동양증권은 전통적인 소매채권의 강자다.

 두 회사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우투증권의 유력 인수 후보인 KB금융지주·NH농협금융지주는 셈법이 복잡해졌다. 우투증권 패키지(증권·생명·자산운용·저축은행) 대신 LIG손보·동양증권을 인수하는 시나리오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두 회사의 인수 예상가격을 합친 금액이 최대 8000억원(LIG손보 5000억원, 동양증권 3000억원)으로 우투증권 패키지(1조5000억원 안팎)의 절반 수준이다. KB금융에서 빠른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KB금융의 한 내부 인사는 “LIG손보와 동양증권 모두 KB가 인수하면 시너지가 날 수 있는 금융회사”라며 “이들이 우투증권 패키지보다 나은지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금융은 공식적으로는 “우투증권 인수에 올인한다”는 입장이지만 내부에서는 LIG손보에 대한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LIG손보를 인수하면 단숨에 업계 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농협금융이 우투증권 패키지와 LIG손보를 동시에 인수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KB·농협 외에도 LIG손보의 잠재 인수 후보로 꼽히는 곳이 여럿이라는 점은 또 다른 변수다. 증권가에서는 GS와 LG가 거론된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구자원 회장의 생질(큰누나 아들)이고, LG그룹 입장에서는 LIG손보가 원래 LG화재에서 계열분리된 회사라는 점 때문이다. 이와 함께 증권 계열이 중심인 한국금융지주가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업계 중위권인 한화손해보험이 상위권 도약을 위해 각각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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