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은 삼류시인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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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865년 4월14일 3류「코미디」『우리미국사촌』을 보다가 3류 배우「존·윌크스·부스」의 총탄에 맞은「에이브러햄·링컨」대통령은 이튿날 아침 7시22분에 숨을 거두었다.
국론이 양분하는 오늘과 같은 위기를 겪을 때마다 미국 민은「워싱턴」초대대통령보다 더 위대한 대통령이라고「링컨」을 추모하고 강력한 영도자의 부재를 탄식하는 경향이 있다. 서구적 형식논리를 극복한 황금의 삼각사고를 전개한 저「게티즈버그」연설로 유명한「링컨」도 한때 삼류시인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외국인은 많지 않다.
「에즈러·파운드」의「칸토」(연작시) 보다 1백년이 앞서 쓰여진「링컨」의「칸토」가 지금도 남아 있다. 35세 때 미친 친구를 방문하고 쓴『삼류 시』라는 제목의 시를 시 우 「존슨」에게 보냈고 22편의 연시를『곰 사냥』으로 묶어 출판하자는 제의를 받은 이 삼류시인은 쾌히 출판을 승락했었다.

<쫓기는 곰을 못 보셨다 구요? 그럼 당신은 인생을 헛살았습니다>로 시작하는 장시『곰 사냥』은「겐터키」사냥꾼의 사투리와 당시 영국의 유행시인들이 애용하던 단어를 뒤섞은 야심작이었다.
쫓겨 도망가는 곰, 싸우는 곰, 싸우다 죽는 곰을 그린「링컨」은 마지막 6편에서 총을 맞은 곰에 달려들어 허세를 부리는 사냥개를 비웃는 사냥의「모럴」을 내세웠다.「링컨」은 「윌리엄·녹스」(스코틀랜드인)같은 종교시인의 작품을 좋아는 했지만 신의 존재를 믿지는 않았다고 한다.
「윌리엄·닐슨」이 쓴『그리스어구문연습』이라는 책 34「페이지」에는『당신은 나를 사랑하시고 내가 하느님에서 왔다고 믿고 있습니다』는「그리스」문장이 있는데「링컨」은 신이라는 말을 지우고 자연이라고 써넣었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성서를 완전히 암기하여 적시적소에 인용하는 솜씨를 높이 평가받았고『신이 우리편인가가 문제가 아니고 우리가 신의 편에서 있는가가 문제』라는 말은「닉슨」도 선거연설에 써먹을 정도로 유명하지만「닉슨」보다는「링컨」이 훨씬 종교적인 인물이라고 평가한다.
그것은 후세의 사가들이「링컨」의 시보다 그 작품 뒤에 숨은 정신을 높이 보는 탓이다. 「링컨」은「로크」「칸트」「피히테」「허버트·스펜서」를 읽었고 미국인으로는「에머슨」「토머스·페인」을 존경했다.
『1850년대「링컨」은 돌연 19세기적인 인간이 되었다. 곧 이상을 향해 나아가는 인간에게는 이성은 도중까지밖에 소용이 없고 그 앞은 자기자신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상을 최종적으로 달성하려면 인간의 경험으로는 따질 수 없는 정의자비 등 추상개념을 쓰지 않으면 안 된다는 자각이 「링컨」에게 싹트고 인간의 환경과 경험을 초월한 추상적인 것이 최종적으로 존재한다는 신념을 심어 주었다』고「D·앤더슨」교수는 말한다.
그에 의하면「링컨」이 통속적인 의미에서의 위대한 문장가는 아니나 미국적인 경험의 진정한 의미를 파악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위대한 문인이며『그 문장의「리듬」은 미국이라는 국가가 독자성을 희구하는 심장의 고동』이라는 것이다.
「링컨」전기작가이며 국민시인인「칼·샌드버그」는「독립적」(인디펜던트)이라는 뜻의 의미를 어릴 때부터 명상한「링컨」에는 그런 위대한 문인의 소질이 다분히 있었다고 한다.
그가「포드」극장에서 3류 배우의 총탄에 쓰러지지만 않았으면 그의 문제는 대성했을지도 모른다. 【EPS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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