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폭로기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근착 미주간지 타임과 뉴스위크는 한 칼럼니스트의 이야기에 각광을 쏟고있다.
타임지는 커버·스토리로까지 클로즈업 시켰다. 그의 이름은 잭·노드먼·앤더슨, 당년 49세. 입을 앙다물고 손을 흔드는 폼이 분노한 청년 같다.
그는 최근 폭로기사로만 일관해, 워싱턴 당국자를 쥐고 흔들다시피 하고있다.
지난 정월엔 「인·파」전쟁에서 미국이 반 인도정책을 지령한 문서를 들추어내서 일약 화제의 주인공이 되었다. 요즘엔 미·중공 「창구」의 외교역을 맡은 주 파리 미국대사 윗슨이 천하에 둘도 없는 『술 주정꾼』이라고 험구해서 또 세상을 수근거리게 만들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쇼킹한 폭로는 닉슨의 선거참모들이 거대한 뇌물과 관련되었다는 사실을 보도한 것이다. 미국의 ITT(국제전신전화회사)가 공화당전당대회의 비용 중 40만 달러를 떠맡기로 약속했다는 내용이다. 미국의회나 닉슨의 정적들은 벌떼처럼 웅성거릴 것은 당연하다. 더구나 여기 뒷거래에 손을 내민 사람은 부국의 전임, 그리고 현역법무장관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앤더슨은 그 폭로의 여파와는 초연해 있다. 『정부와 업자와의 내통은 암흑 속에서 성행하기 마련이다. 거기에 햇볕을 쬐면, 마치 그들은 물 속에서 뛰어나온 물고기와 같단 말야!』-. 이 말은 이를테면 그가 폭로기사를 쓰는 쾌감이랄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신념은 보다 깊은데 있다.
『그래, 우리는 그런 사실을 그냥 용서해야 된단 말인가! 그들(정부와 업자)은 우리마저 썩게 하는데 가만있으란 말인가? 그들은 우리의 상전이 아니라 우리의 종복이 아닌가? 그대는 마지막 결정자이며, 그대는 마지막 한 표를 갖고있다.』
앤더슨이 지금 집필하고 있는 워싱턴·메리고라운드(The Washington Merry-go-round=회전목마)라는 칼럼을 받아서 싣고있는 미국의 신문은 무려 7백 46개지나 된다. 그의 독자는 5천만명을 헤아리고있다. 이 칼럼은 1969년까지 드루·피어슨이 썼었다. 그가 세상을 떠나자 앤더슨이 물려받았다.
미국에서 이미 성가를 얻고있는 아트·부크월드나 러셀·베이커와 같은 칼럼과는 달리, 사실과 폭로에 초점을 두고있는 것이 메리고라운드의 강점이며 매력이다. 그의 「소식통」은 주로 상원전문위원, 조야의 보좌역들, 정부안의 민간인들이라고 한다.
최근 미국의 「저널리즘」은 어느 때 없이 「폭로시대」를 맞고있으며 또 거기에서 신경지를 발견하고있는 인상이다. 「앤더슨의 말마따나 이것은 『정부를 정직하게, 믿음직스럽게 만드는』일종의 위성요법도 된다. 1920년대의 미국을 회생시킨 것도 그런 위성요법의 덕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이것이 우리도 지향하는 민주주의의 강점인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