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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업 대거 진출로 종합병원 판도 동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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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사기업이 공기업 분야에 진출하는 이른바「크리핑·캐피털리즘」(Creeping Capitalism=비영리산업진출) 현상은 최근 선진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인데 우리 나라에서도 이제 이러한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느낌이다.
종합병원 하면 이제까지는 대개 국·공립병원이나 의과대학을 갖는 종합대학의 부속병원으로만 생각해 왔다.
그러나 고려병원(68년) 성심병원(69년)등이 등장하면서 공기업만의 종합병원 시대가 막을 내렸으며 특히 이들 사기업이 운영 면에서 두드러진 업적을 기록하자 종합병원을 내는 사기업의 수가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경영면에서 사기업은 공기업을 단연 앞지르고 있으며 이런 점에서 종합병원의 판도가 5년 전과는 달라졌다고 표현할 수 있다.
서울 시내에는 현재 30여 개 종합병원이 있으며 이들이 보유하는 총「베드」수는 약 6천 정도.
이 숫자가 6백만 가까운 서울시 인구에 비해 적은 것인가, 많은 것인가를 명확히 밝혀 주는 자료는 없다. 그러나 이들 병원의 가동률이 50∼80%정도 밖에 안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코 적은 숫자는 아닌 것 같다.
따라서 종합병원간의 경쟁은 치열하다. 시설 면의 경쟁 이외에도 우수한 의료진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심하다.
우리 나라 의사 수는 인구 2천3백50명 당1인(69년 말 현재·UN통계)으로 선진국은 말할 것도 없고 같은 개발도상국인「싱가포르」(1천5백20명 당1인) 「필리핀」(1천3백90명 당1인) 보다도 적은 형편이다.
의사의 절대 수도 문제지만 장기간의 임상경험을 갖는 유능한 고참의사의 숫자가 적다는 것은 종합병원의 경우 더욱 중대한 문제이다.
주임급 의료진을 확보하지 못해 병원시설을 갖추어 놓고서도 개원을 하지 못하고 있는 한양대학 부속병원의 경우가 좋은 예다.
이밖에 오랜 전통을 가진 종합대학이면서 독자적 의대와 부속병원을 설립하지 못하고 우석대학과 그 부속병원을 인수한 고려대학의 경우나 의과대학을 시작한지 몇 년 안되면서 서둘러 성심병원과 제휴, 이를 부속 병원화 한 중앙대학의 경우는 모두가「스타프·닥터」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취해진 조치라는 것이 업계의 얘기다. 또한 최근 일반병원으로 있다가 종합병원으로 전환, 개원한 백병원은 주임급 의사 진을 확보하지 못하자 내과 등 몇 개 과에 대해서는「어텐딩·시스템」(Attending System)을 채택, 필요한 의료진을 채웠다.
「어텐딩·시스템」은 한마디로 종합병원의 의사 도급제로서 여타 종합병원의 경우와는 달리 의사가 소속한 병원에서 월급을 받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치료한 환자로부터 들어온 치료비의 일정비율을 병원에 내고 나머지는 자기가 갖는 제도다.
따라서 많은 환자가 찾는 유명의사일수록「어텐딩·시스템」을 채용하면 돈을 많이 번다고 볼 수 있다.
종합병원 운영에 사기업이 참여하는 숫자가 늘어나고 또 대학병원들도 서울대와 고려대의 경우처럼 시설확장을 서두르고 있는 것은「종합병원은 장사가 되기 때문」이라고 풀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알려진 바로는 사기업으로서 자본금 6억원 정도를 투입한 고려병원과 성심병원이 지난 71년 한해 동안 1∼2천만 원의 이익금을 냈을 뿐 성가병원 1천7백만원, 시립병원(4개 종합병원과 4개 특수병원) 5억7천만 원 결손 등대개의 국·공립병원과 대학부속병원들이 적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한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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