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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드, 교향악단을 지휘하다|런던=박중희 특파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음반 계의 「스타」로서 등장한 재상』― 한다면 도대체가 실없이 들려 좀 한가한 독자라도 눈을 신문 딴 곳으로 옮길 법 한 일이다. 그러나 곧이야 듣건 말건 에누리없는 이와 같은 사실은 지금「런던」사랑방에서 손꼽히는 화제 거리가 돼있다. 「히드」영국수상이 지휘봉을 휘두른 한 악단의 공연을 수록한 LP반은 이곳 음반시장에서 지금 「날개가 돋쳤다」는 것이다.
「런던·심퍼니」교향악단(LSO)연주, 「엘가」작곡의 「코케인」, 작품40번. 이것은 지난 세모 하루저녁 악단지휘자로 옷 갈아입고 나온 「히드」수상의 「바통」에 따라 LSO가 「로열·페스티벌·홀」에서 공연한 실황을 EMI사가 상업 반으로 찍어낸 것이다. 팔려나간 확실한 장수야 서로 엇갈린대도 그것이 나오기가 무섭게 소위인기 「톱·텐」의 한자리를 차지했다는 사실엔 음반계 소식통들 사이 모두 이의 없다는 보도다.
실상, 『아마, 직업을 바꿨어도…』하는 소리야 과찬으로 친대도 「엘가」작품 중에서도 역작으로 꼽히는 「코케인」연주를 다룬 이 장년정치가의 솜씨는 평상이었다는 게 이곳 사람들의 평이다. 이번에 다시 알려진 일이지만 「잡화상의 아들」로 통했던 젊은「히드」가 당시만 해도 문벌로 해서 시끄러웠던 「옥스퍼드」대학에 들어간 것도 실은 「오르간」장학금(이라는 것도 있다)을 얻어서였다는 것으로 봐서도 그의 음악적 소양이 하루아침에 얻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정계에서 부대끼는 겨를에도 「크리스머스」때면 자기 출생지 마을에 돌아가 예배당 성가대의 지휘자 노릇하기 근 20년을 거르지 않았다는 걸 봐도 그렇고.
그러나 그의 반이 「베스트·셀러」가 된게 순전히 그의 음악솜씨 덕이냐 하면 그건 좀 딴 얘기다. 역시 덕으로 치자면 그가「음악 하는 수상」, 또는 어쩌면 「수상하는 음악인」이라고 해야할 지 모를 그런 약간의 유현하다는 말을 들어야 할게다. 그리고 그건 「악단을 지휘하는 수상」이라는 것을 보고 『천하를 움직이는 양반이…쯧쯧』하고 혀를 차고앉았기보다는 그것을 유현한 것으로 봐주는게 이곳 일반의 풍토라는 얘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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