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으로 한번 나본 자전차 도둑으로 몰렸어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서울 성북구 상계3동 152 천막집에 사는 성남례씨(40)는 28일 서울동대문경찰서에 구속된 둘째아들 김모군(14)의 억울한 누명을 벗겨달라고 경찰에 구두로 호소했다.
김군은 동대문시장입구 동도 백화점 앞길에서 지난 3년 동안 밑천 1만원 짜리 노점으로 편지봉투와 「메모」지 등을 하루 4∼5백원의 벌이로 병석에 있는 아버지 김창석씨(50)등 7식구를 부양하는 꼬마가장.
김군은 지난 22일하오5시쯤 수금원 이권태씨(31·서울 성동구 하왕십리8824)가 자전거 1대(싯가 1만원)를 노점 옆에 세워두고 자리를 비운 사이 장난기로 한 번 타보고 싶어졌다.
김군은 바로 옆 자리에서 의자다리에 끼우는 고무덮개를 팔고있던 성영인군(15·성북구 정릉4동 산1)에게 『우리 저 자전거를 한번 타보자』고 말했다. 성군이 먼저 자전거에 올라타 15m쯤 떨어진 종로4가 지하철공사장 철강재하치장을 한 바퀴 돌아온 뒤 이어 김군이 자전거를 받아 한발로 「페달」을 밟으면서 5m쯤 나갔을 때 주인 이씨가 나타나 도둑인줄 알고 뒤쫓아가 잡았다.
김군과 성군 등은 『장난으로 타려 했으니 용서해 달라』고 빌었으며 이씨도 꼬마들의 장난으로 생각하고 돌아가려는 순간 이때 서울동대문경찰서 엄모 형사가 발견, 김군을 절도현행범으로 연행했다. 경찰은 조서에서 김군이 『일정한 직업이 없는 자로 시내를 배회하며 남의 물건을 훔치는 절도우범자』라고 몰아, 범행사실을 극구 부인하는 친구 성군과 『장난인줄 알아 용서해주려 했다』는 이씨의 유리한 증언을 첨부조차 하지 않았다.
경찰은 또 김군이 자전거를 타고 5m쯤 밖에 가지 않았는데도 70m나 도망했다고 기록했는데 이와 같은 사실은 동대문경찰서 형사과장 이택기 경감도 김군을 만나 확인, 『김군이 억울하게 구속된 것을 시인한다.
철저한 재 수사를 벌여 억울함을 풀어주겠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