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일산자동차 러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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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시카고=구해근 통신원】자동차공업의 선조인 미국이 올 들어 미국시장을 놀랄 만큼 파고드는 일본의「도요다」와 「닷상」 때문에 타격을 받고 있다. 미국전역에 1천개 정도의 판매대리점을 차리고 있는 「도요다」와 「닷상」은 2월말현재 72년형 신형 차를 거의 매진했으며 미국소비자들에게 가장 신망을 받고있는 비영리지 『소비자보고』에서도 소형차로는 「도요다」가 가장 좋은 평을 받고 있다.
자동차공업분야에서의 일본의 도전은 몇 년 전만 해도 미국으로서는 생각조차 못했었다.
미국자동차 업계가 두려워하는 점은 비단 이 날로 늘어가는 일본차의 판매 댓수 때문만은 아니다. 댓수면에서 일본의 「도요다」는 일찌기 「히틀러」가 전쟁에 이기면 모든 독일국민에게 한 대씩 선사하겠다고 약속했다던 「딱정벌레」의 별명을 가진 「폴크스바겐」을 아직 못 따라 가고 있다.
그렇지만 미국 자동차공업의 총본부인 「디트로이트」를 중심으로 「폴크스바겐」을 제쳐놓고 일본의 「도요다」와 「닷강」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
첫째 독일 「폴크스바겐」의 인기는 이미 절정에 올랐다가 이젠 차차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 둘째, 독일 차는 질긴 것으로는 유명하나 「엔진」이 차 뒤에 붙어있어 충돌을 할 경우에 치명적이라는 약점을 안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디트로이트」의 전문가들이 인정하는 일본소형차의 특징은 크기가 미국 차의 3/4이며 자동차 타는 기분이나 내부장치는 미국 차에 약간 뒤지는 7/8이지만 가격이 미국 차의 1/2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기에 일본의 놀라운 상혼이 숨어있다. 『다른 면에서는 미국 차보다 약간 못하지만 가격을 절반으로 해주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바로 현재 미국소비자들이 바라고있는 차들이다.
일반적으로 얘기해서 자동차의 판매양상에는 일종의 단계적인 곡선이 있다. 즉 자동차가 발달된 직후에는「버스」나 「트럭」같은 공공을 위한 교통수단으로 수요가 불어난다.
그 다음 단계에는 사람들이 자전거를 사기 시작하고, 좀 더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면 「오토바이」가 널리 보급된다. 이 단계가 지나고 국가경제가 발달되면 차차 소형 자가용차의 요구가 증가한다.
이 초기의 「마이·카」단계가 지나고 사회가 「풍요단계」에 들어서면 점점 대형의 호화스런 차가 생산된다. 미국은 이미 이 단계를 넘어섰다.
즉 이제 자동차로 자기 신분을 나타내기 위해 경쟁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이제는 교통수단으로 믿을 만 하고, 크기도 거추장스럽지 않고, 가계수준에 크게 부담을 주지 않을 만큼 싼 차가 필요해진 것이다.
이 새로운 소비자들의 요구에 민감한 미국 자동차회사들은 재작년부터 소형의 소위 「미니·카」들을 생산하기 시작했으나 이미 이 점에선 「도요다」와「닷상」에 선수를 뺏긴 뒤였다.
일본이 상업경쟁에서 취하는 태도를 보면 꼭 일본수상은 회사의 사장이요, 각 회사는 중역진같이 보인다는 것이다. 매일같이 미국에 상륙하는 일본 「세일즈맨」들은 모두 한결같이 까만 양복에 흰「와이샤쓰」를 입고 서류가방을 들고 언제라도 상업거래는 환영이라는 태도로 명함을 내밀곤 하는데 이들에 의해서 얼마나 많은 미국의 상업정보가 일본으로 흘러나가는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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