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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담양선 고교 공짜 … 대학 학비까지 대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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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고교생과 대학생 등에게 교육비를 파격적으로 지원하는 기초자치단체들이 있다. 고교생 수업료 전액은 물론 대학 입학금까지 지자체가 대신 내주고 있다. 넉넉하지 않은 살림살이에서 예산을 쪼개 지역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다. 교육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도시로 나가는 학생들을 붙잡고, 또 외지인들이 들어와 정착하도록 유도하려는 게 목적이다.

 대표적인 곳이 경남 하동군과 전남 담양군이다. 하동군은 2011년부터 지역 인문계 고교 5곳 학생에게 수업료 전액(분기당 20여만원)을 주고 있다. 정부가 수업료를 대주는 농어민 자녀 등을 빼고 250여 명이 이런 혜택을 받는다. 고교까지 무상급식도 하고 있다. 경남도가 읍·면 지역 중학교까지만 무상급식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교육 지원에는 하동군 장학재단도 가세하고 있다. 군이 80억원을 출연하고 향토 인사 등이 20억원을 모아 100억원의 기금을 마련한 재단이다. 여기서는 서울대·고려대·연세대·포스텍·KAIST 등 5개 대학에 진학해 학점 3.0 이상을 유지하면 졸업 때까지 등록금 전액을 준다. 이런 지원을 통해 군과 장학재단은 올해 총 35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7년 전인 2006년 10억원에 비해 3.5배가 됐다.

 사실 인구 5만643명인 하동군의 살림살이는 그리 여유 있는 편이 아니다. 올해 예산이 3242억원으로, 경남지역 기초지자체 가운데 최하위권이다. 하지만 이렇게 교육에 투자를 하면서도 하동군은 빚이 한 푼도 없다. 지역 축제를 통폐합하는 등 예산낭비 요인을 없앤 덕이다. 조유행 군수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미래를 위한 교육 투자를 늘렸다”고 말했다.

 교육 투자는 성과를 내고 있다. 하동 중학생들의 하동 고교 진학률은 2008년 61.2%에서 현재 70~71%로 올랐다. 내신성적 10% 이내 우수학생의 지역 고교 진학률은 더 뛰었다. 2011년 54.5%에서 올해 75%가 됐다. 하동군 손성숙 평생학습 담당은 “하동에서는 공부만 잘하면 대학까지 학비 걱정을 안 해도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남 담양군도 교육 투자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부터 인문계 고교 3곳 고교생 270명의 수업료 전액을 군이 부담하고 있다. 또 2011년부터 연간 2억∼3억원을 들여 서울지역 대학 진학 시 입학금 지급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담양 창평고 1년 서지호군은 “부모님께서 학비 부담을 하지 않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가볍고, 공부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강원도 양구·화천·인제군도 인문계 고교생 수업료 지원에 나섰다. 대상은 정부 학자금 지원을 받는 농업인 자녀 등을 제외한 나머지 학생으로 지역별로 40∼200명이다. 양구와 화천군은 지난해와 올해부터 주고 있으며 인제군은 내년부터 지급한다.

황선윤·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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