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민간인도 공무 땐 뇌물죄 적용이 맞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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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공무를 수행하는 민간인도 뇌물죄 적용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국민권익위원회 권고가 나왔다. ‘사각지대’로 지적돼 온 사실상의 공직 부패를 근절하자는 취지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해 볼 만하다고 본다.

 어제 국민권익위(위원장 이성보)는 “기타 공공기관 임직원이나 각종 정부위원회의 민간위원처럼 공무를 수행하는 민간인이 금품을 받는 경우 뇌물죄를 적용하도록 하라”고 모든 중앙행정기관에 권고했다. 현재와 같은 배임수재죄가 아니라 뇌물죄로 처벌할 수 있게끔 공무원으로 의제(擬制·법적으로 동일하게 처리함)하는 규정을 마련하라는 게 권고의 핵심 내용이다. 권익위는 “공무 수행 민간인도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각종 이해관계자들로부터 로비 대상이 되기 쉽고 실제로 이들의 부패 행위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그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간 공기업 등 공공기관 임직원에 대한 공무원 의제 규정은 있었으나 협회 등 기타 공공기관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뇌물죄가 적용되는 공직유관단체 직원의 범위도 임원 또는 과장급 이상으로 국한돼 있는 사례가 많았다. 상당수 정부위원회의 경우 전문성·공정성 확보 차원에서 민간위원 위촉이 확대되고 있지만 공무원 의제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고 있다. 그 결과 법정형이 뇌물죄(5년 이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 정지)보다 낮은 배임수재죄(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로 처벌돼 왔다. 실무자급 비리를 막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지난해 헌법재판소에서 금품 수수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한 심의위원회 민간위원에 대해 “공무원 의제 규정 없이 뇌물죄를 적용한 것은 위헌”이란 결정이 나오는 등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국제투명성기구는 최근 발표한 국제뇌물방지협약 이행보고서에서 우리나라를 가장 낮은 4등급 국가로 분류했다. 국제적으로도 부패가 많은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그 누구든 공적인 업무를 맡았을 때는 청렴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의식을 확고히 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