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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영업체의 감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는 24일 김종필 총리 주재로 정부 출자 기업의 감사 제도 개선 방안에 관한 회의를 열고, 사정 업무에 대한 평가와 기본 방침을 시달했는데, 그 골자는 감사에게 업무 시정·문책·징계 등 필요한 사항을 관계 기관장에게 요구할 수 있도록 그 권한을 대폭 강화하자는 것이다.
기획조정실은 금년도 정부의 사정 업무 계획으로 ①농업 개발·경제 개발·새마을 운동·민원 업무 등의 저해 사범을 중점 사정하고 ②국고·지방 재산·업체 재산 손실에 대한 강력한 판상 조치를 단행하며 ③서민 생활 침해 행위·사회 불신 요인·퇴폐 풍조·유언비어·탈법 행위 등 사회 질서를 저해하는 요소를 중점적으로 시정하도록 시달했다.
김 총리는 이날 『국민의 불신을 없애기 위해 주변의 부조리를 일소해야 한다』고 말하고 『정부 투자 기업체에 잘못이 있으면 감사들에게 1차적인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고 하는바 국영기업체에 대한 감사의 강화는 물론 바람직한 일이다.
재무부는 지난 21일 국무회의에 「정부 투자 기관 감사 직무 준칙 개정안」을 보고한바 있는데 이에 의하면 감사의 지위를 부사장 (부총재 또는 전무이사)에 준하도록 하고, 감사는 업무 및 회계에 관련되는 주요 서류에 최종 결재자의 결재에 앞서 내용을 검토하고 의견을 첨부토록 했으며, 이사회나 운영위원회에 참석하여 의견을 진술하도록 하고 있어 감사의 기능이 얼마나 강화된 것인가를 알 수 있다.
감사는 상법상 주식회사의 필수적 기관으로서 이사가 주주 총회에 제출할 회계에 관한 서류를 조사하여 주주 총회에 그 의견을 진술하여야 하며, 이사에 대하여 회계에 관한 보고를 요구하고, 회사의 업무와 재산 상태를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감사는 회계 감사만 할 수 있을 뿐 업무 감독은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또 감사는 임기 1년으로서 별반 실효적인 감사를 하지 못하여 왔던 것이 현실이다. 국영기업체의 감사도 특별법에 따라 합계 감사의 권한을 가지고 있었으나 사실상에 있어서는 별 권한이 없었다.
따라서 상공부나 재무부가 감사의 지위를 승격시켜 그 권한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자 하는 것은 국영업체 또는 정부 출자 업체의 비위를 막고, 그 경영 실적을 올리고자 하는 것이기는 하나, 또한 그 때문에 이사회나 집행 기관의 업무 수행에 차질이 생길 우려도 없지 않다. 왜냐하면 상법상 감사의 기능이란 이사와 지배인의 직무를 겸할 수 없는 것이므로 그가 이사회에 나가 의견을 진술하고, 최종 결재자의 결재에 앞서 내용을 검토케 하는 경우 여러 가지 모순과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겠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본란은 국영기업체 감사실의 상공장관 직속화 안에 대해서도, 각 국영 회사법이나 상법의 개정이 필요함을 지적한바 있는바, 감사의 직무를 이와 같이 강화하는 경우에는 더욱 이를 위한 법개정이 선행되어야하지 않을까 한다.
물론 현행 상법상에도 감사는 그 임무를 해태한 때에는 회사에 대하여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기에 이 조항을 선용하면 감사도 회계 감사의 책임을 다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감사에게 직무 감독권을 주는 경우 사장과 감독관청 사이에 옥상옥이 될 가능성도 있다.
우리는 정부의 국영기업체에 대한 감독권의 강화를 환영하면서 감사의 권한 강화가 조금도 무리 없이 합리적으로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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