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여기자 「클럽」의 모의 대통령 선거|「닉슨」에 큰 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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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워싱턴=김영희 특파원】금녀의 성역으로 고수됐던 「내셔널·프레스·클럽」 (「워싱턴」에 주재해 있는 외국 특파원을 포함한 전 미국 최대의 기자「클럽」)이 작년 봄에 여성기자들에게 개방되고 여성 해방 운동에 박차를 가한 계기를 마련한 「워싱턴」의 여성 기자「클럽」이 이번에는 「닉슨」 대통령에게 충격을 주는 일을 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4일 밤 여성 기자 「클럽」은 「워싱턴」에 있는 「세러던·칼튼·호텔」에 영국 풍의 상설 간이「살롱」을 성대하게 개점했다.
개점 「파티」에 참석한 여 기자는 1백84명. 여기서 모의 대통령 선거를 실시한 결과가 문제 (?)가 된 것이다.
『누가 대통령이 될 것으로 생각하는가』라는 설문에는 1백41명이 「닉슨」 대통령이 될것이라고 예상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누가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는가』라는 설문에는 「닉슨」 대통령이 불과 49표를 얻었을뿐이었다. 2위가 「맥거번」 민주당 상원 의원이 31표, 다음이 「머스키」 28표, 「험프리」가 18표의 순위다. 어쨌든 「닉슨」 대통령이 1위를 차지해서 겨우 체면은 선 셈이지만 「닉슨」 대통령이 여성 기자들간에 절대적인 인기를 차지하고 있는 듯이 선전하고 생각하던 백악관 측으로서는 충격이 아닐 수 없었던 것.
「닉슨」 대통령은 남성 기자들에게는 「비밀 외교」등이 불씨가 되어 본래부터 인기가 없는 것으로 자타가 알고 있는 것이었지만 기대하고 있던 여성들에게서 마저 「닉슨·팬」이 3분의1밖에 안 된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과연 기골이 장한 여 기자 「클럽」』이라고 그 결과를 높이 평가하는 남성 기자들도 있고 해서 15일자 「이브닝·스타」지는 『간밤에는 밤새도록 대통령은 여 기자들에게서 받은 충격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라고 은근히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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