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감가상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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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경기 회복책의 일경으로 1백억원의 시설 자금 공급 계획을 발표한 바 있거니와, 이에 추가해서 세법상의 특별 상각 제도를 시한부로 실시키로 하였다.
재무부는 오는 4월1일부터 연말까지 9개월간에 투자되는 분에 대해서만 적용키로 하는 특별 상각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제조업·광업·수산업·건설업에 대해서는 내용 연한을 현행의 50%로 단축시키고, 기타 사업에 대해서는 30%를 단축시키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또 이에 대한 적용 범위는 국산 자재 사용분에 국한시킨다 하므로, 결국 이는 국산자재를 이용하는 투자를 촉진시키자는데 그 취지가 있는 것이다.
세법상 고정 자산의 내용 연한 규정은 세율과 더불어 세액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 하겠으며, 이를 30%∼50% 단축시킨다는 것은 업계에 대한 커다란 「보너스」라 할 것이다.
그러나 시한부로 제한된 범위에 국한시키는 이 제도가 과연 소기한대로의 투자 활동을 자극할 것인지에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하물며 그것이 경기 회복책으로 실효를 거둘 수 있을 것인지는 더욱 의문이다.
우선 재무부의 이번 조치는 투자를 자극하기 위해서 신규 투자와 대체 투자분에만 새 제도를 적용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매우 적은 것이라고 판단된다.
이미 민간 부문에서 투자 유인이 위축될 대로 위축돼 있는 현 상태에서 향후 9개월간을 시한부로 한 상각 특혜 때문에 눈에 띌 만큼의 신규 투자나 대체 투자가 촉진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사실상 어렵지 않을까 생각된다. 더우기 신규 투자나 대체 투자가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투자에 필요한 회임 기간을 고려할 때, 연내에 신규 투자나 대체 투자로 기업 수익이 증가될 가능성은 전무하다할 것이다.
따라서 기업 수익이 그로써 증가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내용 연한을 단축했다해도 기업 측에 별다른 실익이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해서 내용 연한을 일시 단축해 주어도 순이익이 발생할 수 없다면 세법상 이득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연말까지로 시한을 정하는 것은 무의미하다할 것이다.
다음으로 국산 자재 사용분에 한해서 특별 상각을 허용한다면 실질적으로는 결국 「빌딩」 건축 「붐」을 자극하자는 뜻이 크다 하겠는데, 기존 「빌딩」의 공방 상황으로 보아 그 정도의 시한부 혜택으로 그러한 건축 「붐」이 자극될 것 같지 않다. 또 현시점에서 「빌딩」 건축을 자극하는 것이 국민 경제를 위해 과연 현명한 것인 가도 재고하여야 할 것이다.
끝으로 경기 회복에 있어 신규 투자를 촉진하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기존 기업의 부담 경감을 통한 가동율의 유지가 현명한 가도 깊이 생각해야 할 점이라 하겠다.
우리의 생각으로는 투자를 자극해서 구매력을 일으키고, 그로써 경기를 회복시키는 적극적인 방식은 도리어 위험하다.
오히려 기존 기업의 부실화를 막고 그들의 자금 부담을 줄여 경제 규모의 확대보다는 경제 순환을 원활케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것이 아닌가. 이러한 판단이 옳은 것이라면 기업의 사내 유보를 늘리기 위해 조세 부담율을 평균적으로 낮추는 일반적인 내용 연수의 조정이 소망스러운 것이지, 신규 투자를 자극하는 것이 절실하지는 않다 할 것이다. 오늘의 기업상황으로 보아 감세 효과를 골고루 줄 수 있는 방법을 당국은 찾아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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